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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증인들

동네 사람들에게 우리는 살인자가 되어 주어야 했다.

by 빅토리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날,

나는 고픈 배를 참을 수 없어, 동네 작은 식당으로 향했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식당 안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는 추웠고, 배고팠고, 그리고 또 고향이 그리워 보르시를 시켰다. 내 기억으론 난 주문한 보르쉬를 몇 숟가락도 뜨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마을 토박이 노인네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얼마 전 발생한 살인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 동네 사람은 아닐 거야! ”

책방 할아버지였다.

“당연하지, 우리 동네에는 그런 고약한 놈은 없지! 아마도 동네 사람이 아닌 뜨내기의 소행이 아니겠어?”

책방 앞에서 신문을 파는 할아버지는 보드카를 잔에 따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빛바랜 군복을 입고 있던 한 노인은 앞가슴에 달려 있는 훈장들이 사람들에게 잘 보이게 가슴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 공산주의 때가 좋았지. 얼마나 평온했어? 우리 세상이었지! 우리 마을에 우즈베키스탄 놈 한놈, 중국 놈도 산다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때 그러니까 공산주의 때는 그네들이 이 땅에 발도 들일 수 없었는데 말이야. 쯧쯧쯧, 동네가 더러워 진거야! "

그리고는

" 아마도 그들 중 한 명이 범인이겠지! “ 라며 담배를 피웠다.


이 마을에 중국인은 없었다. 그 중국인은 바로, 나였다. 많은 사람은 한국 사람과 중국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다.

더는 듣고 있기 어려워 돈을 내고 나가려는데 나는 그만! 그들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들은 당황스러운 눈빛이었지만 뭔가 결의에 차 있었다.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날 새벽!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봤다며, 나를 법정에 세울 기세였다.

이방인인 나와 막심은 동네 사람들을 위해 살인자가 돼 주어야 했다.


선하고 선한 동네 사람들은 절대로 저질을 수 없는 살인을 우리는 그러니까 막심과 나는 할 수 있어야 했다.

살인자가 누구인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중요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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