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까워진 그녀에게서 진한 향수 냄새가 났다.
‘3일만 지나면 막심이 돌아오겠다고 말한 날이 된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아파트 문을 여는데 고양이가 문밖으로 도망쳐 3층으로 올라갔다. 고양이를 잡기 위해 처음으로 3층으로 올라가 봤다.
2층에 사는 내가 3층에 올라가는 일은 없었다.
3층 복도는 2층 복도보다 더 많은 햇살이 들어왔다.
‘새벽에 봤던 여자가 3층이나 4층에서 내려왔을까?’
고양이를 잡아 품에 안고 내려가려는데 3층에 한 아파트 문이 열리더니 여자가 나왔다. 여자는 고양이를 보고 귀엽다며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나와 가까워진 그녀에게서 진한 향수 냄새가 났다.
‘새벽에 만났던 술병을 든 환상적인 몸매의 그녀일까?’
여자는 한 손에 쓰레기 봉지를 들고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화장한 모습이 예뻐 보이기는커녕 들뜬 화장으로 많이 피곤해 보였다. 어제 화장을 미처 지우지 못하고 잠든 것이 분명했다.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긴 인조 손톱이 눈에 거슬렸다. 어색한 나는 말을 건넸다.
“저는 2층에 살아요.” 그녀는 고양이에게서 눈을 떼더니 나를 봤다. 그녀의 눈은 앳되게 보였다.
진은 화장에 가려진 얼굴은 20대 초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빤히 쳐다보는 여자의 시선이 쑥스러워 나는 바닥으로 눈을 피했다.
바닥에는 내 쓰레기봉투에서 흘러나온 것이 분명한 쓰레기 물이 길을 만들어 놓았다. 여자는 내가 올라왔듯이 더러운 물길을 따라 내려갔다.
나는 여자와 쓰레기장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내 아파트로 돌아와 문을 열고 밖을 지켜봤다. 여자가 쓰레기를 버린 후 3층으로 올라가기를 기다렸다. 3층에 사는 진한 향수의 여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난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3층에 사는 여자에 관해 물었다. 빵집 아들은 배달을 갔는지 없었고 가게 주인인 아버지만 있었다.
아버지는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서 빵을 만들어 팔고 있는 토박이였다. 눈은 푸르며 깊었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나의 질문에 자기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며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그렇다면 이곳에 오래 산 사람은 아니군!’
어제 구워놓은 빵을 하나 샀다. 어제 구운 빵은 조금 딱딱했지만, 맛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내가 가끔 이 빵을 사는 이유는 당일 구운 빵보다 절반이나 싼 가격 때문이었다.
오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추워지고 있었다.
내 마음도 추웠다. 그나마 고양이가 옆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 위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잠시 눈을 감고 낮잠을 청하려는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경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