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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서점원 Aug 31. 2022

2019년 4월 21일 오픈

2019

동양철학에 심취하신 엄마는 한달 전부터 (그러니까 내가 서점을 하겠다고 상가 임대 계약을 했을 때부터) 아들의 개업일이 고민이셨다고 한다. (내가 매일 오늘의 운세를 챙겨보는 건 모두 엄마의 영향이다.) 


나는 개업일을 딱 정해서 화환을 주루룩 늘어놓고 떡을 돌리는 그런 일련의 행위들이 조금 올드한 정서라 느껴져서 딱히 개업식이나 개업일을 정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개업일이 언제냐는 엄마의 질문에 대충 ‘책이 들어오면?’이라고 얼렁뚱땅 넘어가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주, ‘다음주 안에는 오픈해야겠어!’라고 말하자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반색하며 17일과 19일, 둘 중에 하루를 개업일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엄마가 알아본 바로는 (누구에게 알아봤는지는 모르겠다. 스님이거나, 스님 흉내내는 점쟁이거나, 동양 철학자거나. 혹은 셋 모두 일수도 있다.) 17일이 가장 길한 날이라고 했단다. 엄마의 말에 뭐가 됐건 ‘책 들어오면 가오픈으로 시작하고 엄마가 정해준 17일을 정식 개업일이라고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나도 17일을 좋아한다. 내 생일이다.)


그리고 17일. 책이 아직 덜 도착했다. 지방에 있다 보니 총판에 책을 주문해도 받아 보기까지 며칠이 걸렸고, 혹시나 재고가 없는 책일 경우에는 언제 받을 지 기약도 없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일단 먼저 받은 책을 가지고 가오픈을 했지만, 정식 오픈을 하기엔 아직 서가가 휑했던 터라 나는 내심 ‘19일에 오픈을 해야겠군!’이라고 생각을 고쳤다. 그리고 저녁에 식사를 하며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더니, 오히려 ‘그래? 잘됐다! 그럼 21일을 오픈일로 하자!’라는 게 아닌가. 17일이 좋다고 하더니 왜 21일로 생각이 바뀌셨나 물어봤더니, ‘원래 이런 건 음력으로 하는 건데, 21일이 마침 음력 17일이거든! 양력 17일보다는 더 좋지!’라고 답해주셨다.


그래서, 인디문학1호점의 개업일은 21일이 되었습니다. 서점은 지금도 쭈욱 열려 있으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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