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휴일엔 꽃밭을 찾았습니다. 며칠 사이 비를 한껏 마신 풀들이 쭉쭉 자라난 모습을 보고 기쁜 마음이 들었고요, 또 그렇게 겨우 자랐는데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뽑혀야 하는 식물의 생을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싹이 틔었다며 기뻐하던 내가, 이제는 너무 자랐다며 뿌리를 뽑는 내가 되었습니다.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몸과 마음이 피로합니다.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일어났는데도 어지럽게 멀미가 납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는 빙글빙글 무언가를, 어딘가를 배회하는 느낌입니다. 어째서 이러는지 이유는 분명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요.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라는 박준 시인의 산문집 제목이 떠오르네요.
이번 한주도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할 때는 안녕을 바라지 않지만, 안녕하지 못할 때 안녕을 바라게 되는 것처럼. 안녕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