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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Jun 25. 2020

(난임일기) 두번째를 위한 준비

첫 번째 성공 확률은 로또

의사는 유산을 했으니 다음 시술까지 최소 세 달은 쉬어야 한다고 했다. 내게 세 달의 휴가가 주어진 셈이었다.

매일 아침 해보던 테스터기를 그만두고 화장실에서 맘껏 힘주고 평상시대로 걷기 시작했다. 다시 홀몸으로 돌아왔다. 

상실감의 또 다른 이름은 홀가분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도서관에 가고 피아노, 재봉틀, 꽃꽂이도 열심히 해야지 싶었다. 희망이 차올랐다.

'그래! 처음부터 어떻게 잘되기를 바라나. 첫 시술에 성공은 로또라고 맘 카페에서 그랬어. 그래도 내가 임신이 가능한 몸이구나를 확인했으면 됐어. 다음번엔 잘 될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몸을 만들어야지.' 싶었다.


철분, 엽산, 오메가 3, 비타민C, D, 코큐텐, 이노시톨, DHEA 등 임신 준비에 필요한 영양제를 50만 원어치나 주문하고 기록을 시작했다. 기상, 식사, 영양제, 운동, 마시는 음료, 체중과 체지방율 등을 시간과 함께 매일 기록했다. 걷기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운동량을 늘렸다. 아직 3월이라 날씨가 꽤 추웠지만 걷고 나면 땀이 날 정도로 걸었다. 1주일쯤 걷고 나니 몸이 조금씩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2월 말부터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 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시작했다. 도서관이 휴관했고, 피아노, 재봉 수업을 하던 복지관이 문을 닫고 꽃꽃이 수업도 중단됐다. 마트를 가고, 카페에 가서 차 한잔 마시는 것도 어려워졌다. TV 화면 상단엔 확진자, 사망자 수가 빨간색 자막으로 항상 표시됐다. 바람을 타고 창문 틈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침투해 올 것만 같은 두려운 시기였다. 


그렇게 1달쯤 지나니 외출 횟수가 줄어들고 활기가 떨어졌다. 워낙 집에 조용히 못 있는 편인데 집에만 있자니 온몸이 축 늘어지는 것 같았다. 운동은커녕 TV보기, 낮잠 자기, 밥 먹기 이외엔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컨디션은 계속 떨어졌다. 집안에서 유튜브를 켜놓고 운동을 해도 체육관에서 하는 운동만큼 효과가 없었다. 


몸무게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지난번 시술할 때 늘어난 2kg에서 두 달간 1kg밖에 빠지지 않았다. 컨디션도 그냥 그랬다. 그렇게 유산 후 3번째 생리 2일 차에 다시 병원에 갔다. 초음파를 본 의사는 시험관을 시작하자고 했다.

영화 300에 나오는 전사처럼 몸을 만들어서 시험관 전투에 임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체지방률 30%가 넘은 상태로 두번째 시술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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