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방바닥
지난 주말은 거의 방바닥에 붙어 지냈다. 바닥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날의 우리 집 가장 낮은 곳은 강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난 불에 데도 좋겠다 싶을 만큼 맹렬한 뜨끈함이 간절한 상태였다. 뜨끈함으로 모든 것들을 증발시켜 버리고 싶었다. 아무것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온기, 그 하나만 내 안에 가득 들어차게 만들고 싶었다.
뜨끈함을 갈망하는 마음은 덜컥 나를 방바닥에 눕히고는 끊임없이 구워대기 시작했다. 녹진하게 녹여 버리겠단 기세로 아주 노릇하게 구워댔다. 생각도, 에너지도, 탈출하려는 의지도 한데 모아 구웠다. 생각도, 에너지도, 의지도 방바닥 위에서 서서히 녹기 시작하더니 결국 사라져 버렸다. 내 안의 모든 것들을 하나씩 방바닥 위에 구워내고, 녹여내고, 사라지게 했다. 하나씩 비워낼 때마다 점점 무의 경계로 다가간다. 점점 가벼워진다.
뜨끈함을 애원하는 마음은 여전히 나를 방바닥에 머무르게 했다. 비워진 공간에 온기가 스며들었다.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뜨거운 열기가 모든 것을 게워 낸 나의 빈 몸뚱어리 속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이미 방전되어 버린 다른 감각들 틈에서 바닥에 맞닿은 지점, 바닥이 주는 따끈함을 받아들일 창구만이 뜬눈으로 지새우며, 끊임없이 뜨거운 자극을 내 안으로 흘려보냈다. 등을 타고 들어오는 뜨거운 감각에 집중한다. 방바닥이 선사한 열기의 축복에 도취된다.
지옥의 불구덩이
밑바닥 불구덩이에 몸을 지지며 하염없이 시간을 버렸다.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도 버려진 시간과 함께 버려졌다. 나를 깨어있게 하던 힘,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던 그 잔인한 힘도 함께 버려졌다. 감히 현대인 주제에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소비해 버리다니. 그 어떤 유의미한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방바닥에 온몸을 지지며 시간을 때우다니. 이 거대한 사치, 이 황홀한 여유라니.
그럼에도 이 낭비 앞에 죄책감은 없었다. 내 밑에 도사린 지옥의 불구덩이는 뜨끈함에 사로잡혀 한없이 나태해진 내가 아니라 다른 몹쓸 것들을 태워 버렸다. 나를 힘들게 하던 것들, 나를 고통스럽게 하던 것들, 내게 윽박지르고, 나를 다그치기만 했던 그 모든 악한 것들을 태워 버렸다. 당장 해야만 했던 일들, 앞날을 위해 해야 할 것만 같던 일들을 태워 버렸다. 부담감과, 조급함과, 불안감을 태워 버렸다. 나를 온정으로 보듬어주지 못한, 내가 행복하길 빌어주지 못한, 오히려 나를 불행하게 만든 그 고얀 것들을 모조리 싹 다 태워 버렸다.
내게 해롭게 굴었던 것들이 뜨겁게 타오르는 지옥의 방바닥 위에서 소멸을 향해 나아갔다. 몽롱한 의식으로 그들의 고통스런 소멸을 바라보다 다시 등어리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들과 달리 이 지옥 불 위에서 고통이 아닌 따스한 온기만을 전해 받고 있구나! 이 지옥의 불구덩이 위에서 그가 주는 따끈함에 고마움을 느끼며, 점점 긍정의 나른함에 도취되어 간다.
고양이 휴식
우리에게 가끔은 고양이적 휴식이 필요하다. 따뜻함이 가득한 공간을 쫓는 고양이, 따뜻함이 내리쬐는 따뜻한 바닥 위에서 힘껏 나른함에 빠져드는 그들의 휴식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모든 것을 지워내고 몸을 감싸는 지금의 이 따끈함만 여유로이 감상하는 그들의 휴식. 그들의 뜨끈한 휴식 안에는 그들을 힘들게 하는,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 안에 가득 들어찬 온기로 그들을 무력하게 하는 모든 부담감과, 조급함과, 불안함을 태워 없애고, 공간 안에 가득 들어찬 온기로 몽롱한 의식에 의지한 채 여유로움 속을 기분 좋게 헤매고 다닌다. 나른하고도 따듯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그들은 그렇게 온기로 회복하고, 온기로 스스로를 치유한다.
그들의 무상한 휴식, 땃땃한 온기만이 가득한 휴식처럼 지난 나의 휴식도 뜨겁게 타오르는 방바닥 위에서 모든 걸 비우고 온기만 남겼다. 해롭던 것들은 비워내고 뜨끈한 방바닥 열기만 몸 안에 남겼다. 열기의 힘으로 몽롱해진 의식을 이끌어 나른한 긍정의 세계를 누볐다. 불타는 방바닥에서 고양이적 휴식을 취한 인간은 그렇게 그들 고양이처럼 온기로 회복할 수 있었고, 온기로 자신을 치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