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주문
이제 고작 4년을 산 아가는 말한다. "나 쟈바바라!" 이제 고작 4년어치 세상을 배운 아가는 자신보다 몇 배나 많은 세상을 배운 어른에게 선포한다. "나 쟈바바라!"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는 자신의 말 한마디로 지배할 수 있는 자그마한 세상 안에서 해맑게 외친다. "오니! 나 쟈바바라!" 그럼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어른은 어렵사리 꺼낸 말 한마디조차 먹혀들지 못하는 세상 안에서 빠져나와 아이의 마법 가득한 세상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뜻대로 되는 일 하나 없어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린 어른의 삶을 가볍게 건져 올려줄 청량하고 맑은 목소리로. 덜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켜켜이 쌓이기만 하던 어른의 모든 잡생각을 순식간에 지워줄 사랑스런 눈짓으로. 이제는 만성이 되어버린 어른의 저주스런 불안증마저 잠재워줄, 그리하여 이 순간만큼은 아가만 생각하고 아가의 뒤만 맹목적으로 쫓게 해줄 흥겨운 동동거림으로. 아가는 앙증맞게 살짝 웅크린다. 온몸에 흥이 퍼질 수 있도록 몸을 위아래로 살짝 흔든다. 그러곤 그 비밀스런 주문을 왼다. "나 쟈바바라!"
아가는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 주문을 외운다. 자신이 원하는 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주문을 외운다. 요구하면 이뤄지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주문을 외운다. 그 단순함, 그 어리석음, 그 무지함이 아가가 저절로 주문을 외우게 만든다. 너저분한 세상 앞에 내밀어보는 그 순수함이 저절로 주문을 이뤄지게 만든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금, 이 순간 즐겁게 잡기 놀이만 해주면 돼. 다른 건 바라지 않아. 그저 지금 우리가 재밌게 놀았으면 해. 단 하나의 말, 단 하나의 의도. 너무나 깔끔하고 깨끗한 한마디. 이제 4년 차에 불과한 아가의 말은 너무나 순수하고 명확하기에 모든 게 복잡해서 모든 걸 복잡하게만 받아들이는 어른을 단순하게 만든다. 단 하나의 말, 단 하나의 길. 다른 길은 없다. 잡기 놀이와 즐거움의 길 말고는 다른 길은 없다. 세상을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이 어린 아가의 말은 너무나 단순하기에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수많은 선택지를 가늠하며 갈팡질팡하고만 있는 어른을 단순하게 만든다. 어려워하지 않도록, 헷갈리지 않도록, 힘들어하지 않도록, 겁내지 않도록, 주저하지 않도록, 그저 지금만 바라보고, 지금만 즐길 수 있도록 아무것도 모르는 요 어린 것이 어른에게 주문을 왼다. "나 쟈바바라!"
절대적으로 놀아줄 거란 믿음만 가득해서는, 몇 초 후면 재미난 놀이가 무조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믿음만 가득해서는, 어찌 그리 아무것도 모르면서, 세상이 얼마나 제 멋대로인지도 모르면서 그렇게나, 그렇게나! 섣부르게도 자신의 말 한마디가 벌써 실현이라도 된 것처럼 기쁨에 겨운 표정을 하고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4살짜리 아가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아직 성사되지 않은 잡기 놀이를 성사시킨다. 아직 오지도 않은 즐거움을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버린다. 아직 당도하지도 않은 즐거움이 주문을 외는 그 순간에 마치 벌써 이뤄지기라도 한 것처럼 기쁨에 찬 표정을 짓는다. 어른은 아가의 확신에 가득 찬 미소에 속아 넘어가 아가의 꿈을 이뤄준다. 어른은 아는 것을 내려놓고, 나의 세상을 등진 채 아가의 세상으로 뛰어 들어가 아가만 바라보며 아가의 뒤를 쫓는다. 어른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가의 뒤를 따라 모르는 자만이 즐길 수 있는 세상 안에서 그렇게 잠시나마 이 순간만을 만끽하며 휴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