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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 May 05. 2024

어떤 여인의 고백

아틱 라히미 감독의 어떤 여인의 고백(2012)



무엇이 여인의 입을 열었는가


여인의 잠재된 불만이 그녀의 말 곳곳에 묻어있다. 이는 여러 상황에 의해 밖으로 분출되지 못했다. 그러다 남편이 쓰러진다. 전쟁, 부족한 돈. 더 이상 의지할 곳은 없다. 자신을 지켜줄 이도 없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상황이 여인을 그녀 자신에게 집중케 했다. 자신을 돌아보게 했고 자신을 돌보게 했다. 그렇게 자신의 불만과 지난날의 고통을 얘기하게 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유


솔직하게 말한다.


이때의 말에는 함께 하는 대상이 필요하다. 솔직함에는 상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을 용기 또는 그럴 필요도 없을 만큼 모든 것이 받아들여질 안전한 환경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녀에겐 모든 것이 없었다. 아버지, 종교, 사회 그리고 남편이란 존재. 이 모든 것은 여인이 솔직해지길 막는다.



여인에게 있어 남편의 생존이 지니는 의미


남편이 쓰러지기 전만 하더라도 그는 여인을 억압하는 이였다. 그러나 여인은 남편이 떠나는 걸 원치 않는다. 처음엔 자신을 지켜줄 이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이, 그가 그녀의 인내의 돌이 되었을 땐 털어놓을 존재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붙잡게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상황이 해결된다고 그녀가 쉽게 그를 놓을 수 있을까.

영화는 결국 남편을 떠나보내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곧 문제해결이자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 말하긴 어렵다. 그보다 더 복잡한 의미가 여인의 남편에게 부여돼있기 때문에.



여인은 선지자가 되었나


여인의 솔직함이 그녀를 선지자로 만들었는가. 본능, 실제의 마음은 인간이라면 가질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때문에 그런 마음의 부정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어쩌면 자연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신(난 그 존재가 자연이라고 본다.)과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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