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간이 만드는 문화예술
필자가 2006년12월에 문을 열었던 갤러리하루도 열평이 채 안 되는 작은 갤러리였지만 현대미술을 보기 힘들었던 대한민국 최남단 서귀포에서 50여회의 전시를 열었고 갤러리콘서트와 공동체상영으로 갤러리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하는 대안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갤러리하루를 그리워하는 분들이 계시니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훌쩍 14년을 뛰어넘은 현재로 돌아오니 제주에 정말 다양하고 많은 문화예술공간이 생겨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최근에 다녀온 공간만 해도 김택화미술관, 새탕라움, 스튜디오126, 거인의정원, 슈타인홀, 디어마이블루, 예술공간이아, 산지천갤러리, 아라뮤즈홀, 델문도, 연갤러리, 중선농원, 예술곶산양,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김창열미술관, 파파사이트 등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중에는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간도 있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공간도 있는데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의 문화예술 공간은 개인이 기획하기 어려운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공연과 전시를 적정 예산을 투자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평상시 보기 힘든 전시공연을 보여주지만 움직임이 둔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민간의 문화예술공간은 그야말로 주관적이어서 때로는 실험적이고 때로는 일시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곤 합니다. 거기에 더해 기획자의 개성이 공간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공간감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몇 곳을 필자와 함께 다녀보시죠.
우선 갤러리2 중선농원입니다. 제주시내에서 차를 몰고 이십분 정도 가야 나타나는 제주시 월평동에 위치한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입니다. 꽤 규모가 큰 창고였는지 천정고가 이제까지 보았던 돌창고보다 높아보입니다. 갤러리로 꾸미기에 정말 적당한 높이네요. 제가 보고 온 그림은 알렉산드라 로젠 Alexandra Roozen의 작품인데 심오하면서도 작품의 내공이 느껴지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저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입니다. 거기에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템플도 있으니 금상첨화입니다. 2017년 제주건축가회에서 주관하는 제주다운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물로 제주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주가 자랑하는 화가 중에 작고하신 김택화 화백이 계십니다. 제주의 자연을 아주 아름답게 김택화 스타일로 작업을 하셨고 많은 작품이 남아 있어 작품을 가장 애정하는 아들이면서 조각가인 김도마 작가와 부인이 김택화미술관을 지어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버지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층에는 카페도 있어 마음 편히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제가 운영했던 공간도 열평이 채 안되는 좁은 공간이었지만 작아서 아름다운 그런 예술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새탕라움과 스튜디오126입니다. 새탕라움은 열두평의 작은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해서 갤러리로 만들었고 기획자의 네트워크로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온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주택은 주변과 어우러져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릅니다. 스튜디오126은 도심지 오래된 근생건물 2층에 보일듯말듯 위치해 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 잠시 당황했지만 이또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심스럽게 들어가보니 콘크리트 박스 같은 전시 공간에 정말 멋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공간 구석에 책상을 하나 두고 일을 보는 기획자의 공간을 활용하는 센스도 눈이 부십니다.
공공의 미술공간이 화이트큐브를 지향한다면 민간의 공간은 다양성을 통해 기획자와 작가의 개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차례에 걸쳐 제주의 다양한 예술공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