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응하는 문화예술, 건축, 도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큰 전환점을 주는 사건이 되고 있습니다.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확산되고 어떻게 대응하냐는 일들은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철저하게 밝혀지고 연구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팬더믹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 건축, 도시는 어떤 상황인지도 들여다봐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현상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한 분야의 해결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에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대응은 사회적 거리두기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유효하며 한동안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곳은 문화예술계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전시, 공연 그리고 영화까지도 관람객을 맞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관람객은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년을 시간과 노력과 돈을 써가며 준비했지만 속수무책으로 준비한 것들을 접어야 했습니다. 경제적인 아픔도 있겠지만 온 마음과 온몸을 다해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상실감이 클 겁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존재인 예술가들은 이를 '랜선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예술과 사회적 아픔을 동시에 해소하는 멋진 일을 만들어냅니다.
건축에서 이번 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세가지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바이러스에 안전한 주택과 건물을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이미 미세먼지 때문에 다양한 가전제품이 나오고 공조시스템을 통한 대응을 해왔지만 바이러스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청소도 제때 하지 못하는 저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생활이 될 것 같습니다만 향후 병원이나 반도체 공장에서 볼 법한 클린룸이 주택에 적용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한 가지 방향은 재해에 대응하는 임시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입니다. 중국 우한에서는 사스 사태 경험을 토대로 1천 명을 수용하는 병원을 열흘만에 지었지만 단순 수용을 위한 정부 주도의 탑다운 정책의 결과이며 빠른 확산에 대응하는 조치라는 원초적인 의미에 대한 성과는 존중해야 하지만 이런 재난 상황에 지역과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이고 공동체적인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이재민을 위해 만든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의 건축작업은 단순히 수용만이 아닌 급박한 상황에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통해 인간성을 유지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결국 건축계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프리츠커상을 받기도 합니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면 2007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카트리나 허리케인으로 생긴 수많은 이재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MIR 프로젝트(Make It Right Project)'를 통해 공간 기부가 이루어질 때마다 피해 지역에 '핑크 텐트(Pink Tent)'에 불을 밝히는 작업이 있었는데 건축가들이 주도했고 홍보의 중심에는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있었습니다. 공감과 공조를 통해 재난을 극복하는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재난에 건축은 의식주 중에 '주'를 제공하는 중요한 주체입니다. 전 인류를 대상으로 재난을 극복하는 건축적 고민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도시적 관점에서는 재난의 종류별 대응을 할 수 있는 평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도시 전체를 펼쳐놓고 주요 지점에 종류별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쾌적한 생활이 이루어지도록 오픈스페이스와 녹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 경우 장기간에 걸친 준비와 실행이 필요합니다. 큰 그림을 그리고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시설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수용의 개념을 넘어서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대비해 필수품을 저장하는 개념도 필요하고, 정신적인 상처를 위한 치유의 공간, 육체적인 상처를 위한 치료공간의 개념도 포함이 되어야 합니다. 한 공간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다면 공간 사이의 이동을 생각해야 하고 이동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한 연결망도 필요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회를 구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향후 재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화된 공공시설들을 준비해야하며 이미 높은 수준을 갖춘 민간시설과의 연계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그림을 누군가는 그려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떤 재난에 봉착할지 그 누구도 모릅니다. 수많은 재난 영화들이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평상시에 그 위험을 고민하면서 불안하게 지낼 필요도 전혀 없지만 그 누군가는 재난을 대비한 고민을 해야 하며, 건축과 도시에 고민의 해결책을 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상처 입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며 문화예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문화예술인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