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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May 23. 2024

D+9 어푸어푸, 어퍼


D+9



퇴근 후 운동 수업이란 뭐랄까.

뱃멀미 같은 것?

기운이 하나도 없다.

전쟁 다음의 전쟁.

내상을 끌어안고 외상을 향하여 전진.

요즘은 그룹 수업 말고 개인 수업을 받고 있다.

개인 수업은 1:1인데, 개인 트레이닝에 가깝다.

개인 트레이닝의 플랜은 주마다 바뀌지만,

워밍업, 코칭, 마무리 스트레칭으로 순서는 동일하다.

오늘은 새롭게 공격 기술 ‘어퍼’를 배웠다.

밑에서 위로 올려 치는 기술이다.

어퍼는 팔을 움직이는 게 아니다.

팔꿈치 위치를 고정하고서 역시나

허리를 회전하는 것이다.

이론은 알겠는데 자꾸 나는 댄스를 춘다.

팔도 움직이고 상체도 움직이고 허리와 골반은 멋대로!

어퍼를 제대로 동작할 때의 느낌이 짜릿한데,

대체로 춤을 춰서 슬펐다. 또다시 연습의 시간이다.

샌드백을 치며 원, 투, 어퍼 치기도 하고,

거울을 보면서 자세 교정을 하기도 한다.

감을 찾기 어려워 열심히 연습하는데

오늘은 코치님이 중간고사니, 기말고사니

자꾸 점검한다길래 나도 모르게 거절해 버렸다.

자세 한번 볼게요. 자세가 안 되면 버피 추가입니다.

거절하겠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아요.

원래는 대꾸하지 않고 하라는 대로 하는데,

팔의 석회가 여전히 통증을 일으켜 청개구리가 되었다.

진통제로 버티는 중이다. 염증만 없어도 살겠는데

바른 생활 어른을 해도 낫지를 않으니 죽겠다.

그래도 복싱은 재밌다. 재밌어서 즐겁다.

집으로 향하는 길은 구만리지만,

배운 걸 상기하며 복습하다 보면 금방 도착이다.

어퍼, 어퍼, 어퍼. 헤엄치다 가라앉아

어푸어푸하는 마음으로도 어퍼, 어퍼,

증강 현실처럼 그려보았다.

9번째 수업 기록 끝.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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