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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May 17. 2024

D+8 복싱, 4주 되었습니다


D+8



다른 사람도 그럴까?

샌드백을 치며 연습할 때, 한번씩은

미래에 내 주먹이 의롭게 쓰일 상황을 상상하며

마구잡이로 친다. 거짓말이다.

딱 한 대만 치고 싶은 얄미운 사람을 생각하며

분노의 주먹 박치기를 한다.

여러 대 치고 싶은 나쁜 사람도 생각한다.

여덟 번째 수업. 주 2회 배우고 있으니 4주를 완료했다.

한 달이 지난 게 믿기지 않는다. 놀랍다.

시간에 블랙홀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다시 한해를 지나 내년의 여름이 오나.

8번의 수업 끝에 달라진 점은,

첫째, 씻는 속도가 빨라졌다.

집 밖에서 씻는 것도 운동이 끝난 늦은 시간인 것도

귀가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10분이면 씻기 끝.

둘째, 저녁밥을 안 먹는 날이 생겼다.

미리 먹어 배부른 날도 덜 먹어 배고픈 날도 있지만

공통으로 어떻든 간에 한번씩은 굶으니

몸이 좀 더 순환되는 느낌이다.

셋째, 자세가 교정되었다.

복싱도 다른 운동처럼 코어 운동이다.

배에 힘 빡 주고서 싸우는 운동.

코어가 없으면 주먹 하나 날릴 수 없고

방어도 할 수 없고 링에 오르는 건 고사하고

연습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좀 더 바른 자세로 걸어 다니니 좋다.

몸이 좀 잽싸진 느낌.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놓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 묘하게 발 모양이 달라진 것 같다.

큰 신발이 더 커지고 딱 맞던 신발은 편해진 느낌.

정말 묘하게 차이가 있다.

체중도 그대로인데 희한한 일이다.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정말 묘하게 발 모양이 다르다.

발 다이어트를 한 기분. 뭔가 순환이 잘 되어서

붓기가 빠진 걸 착각하는 걸까? 영문을 알 수 없다.

복싱은 팔과 허리, 다리를 쓰지 상체는 고정에 가깝다.

상대의 주먹을 피할 때도 상체를 숙이는 게 아니라

다리를 스쿼트 자세처럼 구부려서 혹은 허리까지

회전시키며 피하는 것. 그래서 스쿼트를 많이 하는 중.

오늘은 개인 수업을 해서 지금까지 배운 걸

반복하며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할 때마다 느끼지만, 아직도 놀라운 나의 체력.

‘우와, 나 이 상태로 잘도 살고 있었구나.’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감탄사가 나오겠지? 훗, 이런 거?

아직 몸이 무겁고 자세는 엉성하지만,

전에 비해 이론이 몸에 새겨진 느낌이다.

다리도 전보다 중심을 유지하고 있다.

원투 날리는 것도 어색하지만 훅까지 샌드백에

연습 중인데, 훅을 연습할 때는 샌드백 가까이 가서

원투를 짧게 날리고 훅을 친다.

그래야 훅을 제대로 연습할 수 있다.

아, 어서 일반인 보다 복싱인에 더 가까워지고 싶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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