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방을 챙겨 나왔으나
갈까 말까 포기할까 다음 주로 미룰까 내일 할까
끝없이 미룰 생각만 하다가 결국은 갔다.
사실 복싱을 배우는 건 재밌다.
모르는 것투성이고 몸이 제멋대로여도 재밌다.
그런데 운동하러 가는 건 재미없고,
운동이 끝나고 정리하고 씻는 것도,
입은 옷 중 일부를 손빨래하는 것도 재미없고 귀찮다.
운동하고 집으로 가는 길은 구만리고,
저녁을 제대로 못 먹으면 그건 그거대로 배고파 섧다.
과자 따위에 저녁 식사를 의탁하고
운동하러 가는 것은 안 먹는 것보다 더 싫다.
그렇게 끌려가듯 여섯 번째 수업을 받았다.
새로운 걸 많이 배웠다.
공격을 피해 밀면서 원투 펀치를 날리는 것과 훅.
뒤로 스텝을 하며 밀면서 펀치를 뻗는 건,
지금까지 배운 것 중 제일 리듬감이 있었다.
모든 동작이 아직 돌아서면 잊을 듯 어색하지만
새로운 동작을 배우니 나도 모르게 링 위의 나를
남몰래 그려보게 된다.
복싱이라는 종목은 리듬감이 선명해서 매력적이다.
거친 종목이기도 하지만
주먹을 뻗는 느낌이 시원해서
배울수록 점점 더 좋아진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걸 구경만 하던 훅은,
원 날리고 투 날린 다음 90도 각도로 날리는 펀치다.
훅까지 배우니 실제 복싱의 속도로 칠 때의 힘을
빨리 느껴보고 싶어졌다.
by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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