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조각. 시발, 점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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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조각



잘하고 싶은 게 많다.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나 동시에 하기 싫은 일도 많고

못하는 일도 많다.

해야 하는 걸 생각하면, 갑자기 흑백 모드가 된다.

빛을 잃고 ‘동태눈’이 되어

떠다니는 먼짓덩어리가 된다.

일도 그렇지만 뭐든 간에 하려거든 끝을 정해야 한다.

언제까지 파일을 넘길 건지,

언제까지 몇 권을 읽을 건지,

복싱을 몇 달을 등록할 건지,

이벤트 마감은 언제까지인지.

보통은 끝을 결말로 생각하며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말은 과정을 견뎌야만 있다.

무언가에 도전해서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그 과정에서 포기도 있다.

사람들은 포기를, 과정을

끝마치지 못한 상태로 말한다.

해서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이도 저도 아닌,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그런 상태로.

그러나 나는 포기란,

과정과 결말 사이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포기가 사람들 말처럼 하나의 실패라면,

그보다 더 완전한 끝이 어딨겠는가.

누구라도 칼을 뽑은 그 순간부터는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기 마련이다.

그 끝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일단 죽지 않고 보는 거다.

작은 단위로, 우리는 매일 새롭게 시작한다.

오늘은 ‘오늘’뿐이어서,

하루 최소 한 번의 시발과 끝을 마주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제법 해내는, 대단하게 멋진 전사들이다.

그렇게 생각해서라도 버텨내 주면 좋겠다.

매일 많은 사람이 자신을 내려놓는다.

그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나 또한 그렇게 ‘오늘’을 버텨서, 이겨내서

‘오늘’을 살고 있으므로. 이 짧은 글이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으면.

당신은 대단히 멋진 사람이라고.

그러니 제발 ‘오늘’을 살아내 달라고.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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