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조각. 모릅니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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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조각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말을 생략하게 된다.

설명하는 일이 구구절절해지는 것 같고,

말한다고 제대로 이해할 것 같지 않고,

말할수록 후회만 쌓여서.

그냥 웃기만 할 걸,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할 걸,

그 타이밍에 말했어야 하는데.

그 타이밍에 무슨 그런 망언을 한 거지?

지구는 내일 멸망.. 안 하나?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지.

말하지 않은 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자기 자신도 속이는 판에.

책이든 기사든 잡지든 광고든

뭐든 글자를 열심히 생각하며 읽는 건,

팟캐스트든 라디오든 드라마든 영화든

연극이든 음악이든 계속 보고 듣고 하는 건,

잘 말하고 싶어서.

오래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과

조금도 관계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과

적당한 사이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과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과

오해 없이 소통하고 싶어서.

나는 당신이 싫습니다,

나는 당신 곁에 있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

그런 말을 좀 더 진정성 있게

상대가 느낄 수 있는 말로 말하고 싶어서.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서

때로는 마음대로 그려 넣고

마음대로 추측해서 현실에 대입하고

그러다가 잃기도 하고 망신도 당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말 또한 언제나 진실과 가깝지도 않고.

그래서 오늘의 나는 뭘까.

잠들기 직전 떠오를 망언을 조금 한 것 같고,

오해를 살만한 말은 매일 조금씩은 하니까

잠시 눈을 감고 모른 척 해보기로 한다.

망언 구천 스푼에 한글도 아닌 것 같은

직장인 고유의 이상한 말 이억 스푼 그리고

세종대왕님 부끄럽지 않은 말 다섯 스푼쯤 되려나.

생각하지 않으려 하니 더 떠올리게 된다.

인간은 고등동물이니까, 이해와 배려가

언제나 조금씩은 곁에 머물기를 바랄 뿐이다.

당신이 보는 나는, 아마도

내가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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