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조각. 돌탑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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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조각



간장게장을 먹고 싶다.

입안 가득 사르르 녹는 살.

게딱지에 내장과 쓱쓱 섞어 먹는 밥도.

참기름과 고추기름을

적당히 넣어도 들이부어도 맛있는데.

아무래도 슬슬 날 것과

잠정적 이별을 하게 되는 6월. 여름 초.

저녁 운동을 하고 대략 800자에서 1,000자의

글까지 쓰고 나면 기력이 남지 않는다.

주제 따라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다.

기운을 다 소진하고 나면,

자연스레 스르륵 눕고,

눕게 되면 기력을 보충할 먹을 것 생각.

내일은 뭘 먹어야지, 모레 약속엔 그거 먹자고 할까,

주말엔 사둔 것 먹어야지, 장어 먹을 때가 됐던가,

오래간만에 쉬는 날엔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입도 위도 하나고, 식사할 수 있는 것도 많아 봤자

하루 세 번이니 신중에 신중을 가하게 된다.

먹고 자고 씻고 일하고 놀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와중에 일기와 글쓰기와 독서와 운동을

병행하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르기 힘들 만큼 나날이 애정을 쌓아가면서

마음으로는 풍족한 기분에 숨통이 트인다.

시행착오도 많지만, 그조차 반가운 상황.

뭔가를 하지 않으면 그런 것도 없다.

실패도 없고 잃는 것도 얻는 것도 과정도

아무것도 없는 산송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 책 읽고 글 쓰고 땀 흘리며 운동하고.

그렇게, 무너져도 다시 쌓을 수 있는

나만의 돌탑에 돌 하나를 올린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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