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은 두 번째 직업 같다.
퇴근하고 복싱장에 가는 일이
운동이나 취미생활이 아니라 다시 출근하는 거다.
자꾸 그런 기분이 드는 거다.
일단 글러브 끼고 스텝을 밟으며 배우고 있는데,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뭘 좀 잘하고 싶은데 또 자세는 잘못되었고,
분명 오른쪽으로 한다 했는데 왼쪽이었고,
이쯤 되면 이론부터 이해를 못한 건 아닌가 싶은.
업무에 치이고 바이러스에 치여서
바쁘고 아프고, 반복하다 보면
얼마 안 되는 저녁 시간을
이렇게 보내는 게 맞는지 싶어지기까지 한다.
복싱은 정말 오랫동안 배우고 싶은 운동이었는데.
헤매면서도 배울수록 재밌고 즐거운데.
자세가 바르게 잡힌 다른 회원을 보면서
부럽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무용한 짓을 반복하는, 3개월 차 수업이다.
369의 공식은 일뿐이 아니라 운동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래서 끈기와 인내를 좋게 봐주나.
복싱에서 기본 동작을 대충
이해한 다음에 중요한 것은,
복싱이 개인 운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와 합을 맞추며 겨루는 운동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냅다 주먹을 뻗는다고 될 것도 아니고
무작정 피한다고 될 것도 아니다.
시선은 언제나 상대에게.
자꾸 몸 따라 시선도 공중으로 분해되는데,
절대 안 될 일이다.
이번 수업에서는 더킹과 위빙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피할 때는 몸을 뒤로 빼는 게 아니라
치고 들어가는 듯 앞으로 숙이는 것.
상대의 주먹을 멀-리 피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귀 옆으로 스치듯 짧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
일상에서는 샌드백도 글러브도 상대도 없으니
쉐도우 복싱을 많이 연습하면 나아지려나.
그래도 확실히 코어가 많이 잡혔다.
동작을 하면서도 느껴지는 게,
몸이 다 돌지 않고 골반만 회전하는 것 같다.
꼭 동작 연습이 아니어도
기초 체력을 늘리고 코어 운동을 하면
더 큰 세상에서 더 엄청난 체력으로
더 멋진 실력을 채울 수 있으리라 희망을 품으며
복싱을 비롯해 등산과 러닝도 꾸준히 할 생각이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