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치기를 처음 했다.
뒷손은 쓰지 않고 앞손만으로
상대의 이마를 치는 연습이었다.
사고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비교적 힘을 덜 주는 손을 쓰라고 했던 것 같다.
어떻게 이마를 때리나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되긴 되어서 신기했다.
이마를 치기도 하고 맞고선 벌칙으로 버피도 하고.
이마치기는 수업 중 가장 마지막 순서로,
앞뒤로 뛰는 연습, 옆으로 뛰는 연습,
어깨치기, 허벅지치기, 몸통치기, 이마치기까지
차례차례 범위를 넓혀 나가며 연습해서 좋았다.
그중에서도 몸통치기는 자세도 그렇고
명치를 실수라도 칠까 염려스러워
공격과 방어 둘 다 어렵지만,
처음으로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한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씻는데 팔과 다리가 후들후들했다.
그조차 좋았다.
복싱은 정말 재밌다.
마음 같아서는 평일 내내 하고 싶다.
그러면 몸이 금방 단단해지겠지.
실력도 눈에 띄게 늘 텐데.
자꾸 실 없는 생각이 뻗어가는 걸 보면
내게 잘맞는 운동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요즘의 숙제는 체력과 무거운 다리.
다리가 무겁다 보니 스텝도 힘들고
자세도 더 흔들린다.
어떻게 보면, 다리의 문제가 아니라
골반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금방 숨이 차고 지쳐서
제대로 겨루지 못해 매번 아쉽다.
더 쳤어야 하는데, 더 주먹을 주고받았어야 하는데.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실컷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실컷 스텝을 밟으며 날뛰는 날이.
다음에는 수업이 끝난 후, 샌드백을 좀 쳐야겠다.
탕 탕 후루후루 탕후루 말고
팡 팡 후둑후둑 땀 흘려야지.
최고가 될 생각은 없는데, 최고가 될 거다.
꿈은. 이루어진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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