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복사 Jul 25. 2024

D+25 후둑후둑 후들후들


D+25



이마치기를 처음 했다.

뒷손은 쓰지 않고 앞손만으로

상대의 이마를 치는 연습이었다.

사고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비교적 힘을 덜 주는 손을 쓰라고 했던 것 같다.

어떻게 이마를 때리나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되긴 되어서 신기했다.

이마를 치기도 하고 맞고선 벌칙으로 버피도 하고.

이마치기는 수업 중 가장 마지막 순서로,

앞뒤로 뛰는 연습, 옆으로 뛰는 연습,

어깨치기, 허벅지치기, 몸통치기, 이마치기까지

차례차례 범위를 넓혀 나가며 연습해서 좋았다.

그중에서도 몸통치기는 자세도 그렇고

명치를 실수라도 칠까 염려스러워

공격과 방어 둘 다 어렵지만,

처음으로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한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씻는데 팔과 다리가 후들후들했다.

그조차 좋았다.

복싱은 정말 재밌다.

마음 같아서는 평일 내내 하고 싶다.

그러면 몸이 금방 단단해지겠지.

실력도 눈에 띄게 늘 텐데.

자꾸 실 없는 생각이 뻗어가는 걸 보면

내게 잘맞는 운동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요즘의 숙제는 체력과 무거운 다리.

다리가 무겁다 보니 스텝도 힘들고

자세도 더 흔들린다.

어떻게 보면, 다리의 문제가 아니라

골반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금방 숨이 차고 지쳐서

제대로 겨루지 못해 매번 아쉽다.

더 쳤어야 하는데, 더 주먹을 주고받았어야 하는데.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실컷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실컷 스텝을 밟으며 날뛰는 날이.

다음에는 수업이 끝난 후, 샌드백을 좀 쳐야겠다.

탕 탕 후루후루 탕후루 말고

팡 팡 후둑후둑 땀 흘려야지.

최고가 될 생각은 없는데, 최고가 될 거다.

꿈은. 이루어진다.


by 개복사

이전 25화 D+24 숨 쉬어, 숨 못 쉬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