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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조각
운동장에 있는 빙판길 주의 현수막에
넘어지는 이미지가 너무 아파 보인다.
빙판길에 넘어지는 건 아무래도 그렇지.
제법 아프고 며칠 지속된다.
가끔은 스스로가
넘어진 흔적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형태가 없는 어떤 나머지.
그 정도의 엉망진창.
하지만 또 생각한다.
나를 지키는 일은
깨지고 무너지지 않도록 끼고 도는 게 아니라
무너지고 바스라진 나를 다시 세우는 일이라고.
빛이 너무 강할 때도
빛이 한 줌도 없을 때도
상처를 입고
눈물을 참을 수 없고
앞이 막막할 때
비로소 나의 진가를 깨우치게 되는 거라고.
나라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흔적을 새기며
존재하게 되는 거라고.
어둠 속에서야 빛의 진가를 알게 되듯이.
신청하지도 않은 나쁜 소식을 마주하고도
돈까스는 맛있고 커피는 끝내준다.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하다.
저녁엔 무엇을 먹으면 즐거울지 생각하고,
재밌다는 드라마나 영화, 책을 챙겨 보고,
좋아하는 사람과 조잘조잘 떠들다 보면,
조금은 헤쳐 나갈 길의 조각이 보인다.
올해가 두 달 남았다.
인생으로 치면 아직 준비운동 시간.
1년으로 치면 도착점을 직전에 둔
가장 숨찬 시간.
그러니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나를 믿고 다독여 주어야겠다.
오늘도 잘 살았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