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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조각
스마트 시계 없이 헬스장에 갔다.
어쩐지 이상하게 홀가분하더라니.
사실을 깨닫던 순간,
0.1초 정도 집에 다녀올까, 고민했지만
언제부터 기기에 목숨 걸었나 싶어 관두었다.
운동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없어 슬펐는데,
때문에 몸이 가벼움에도
최대치로 운동하지 못해 더 슬펐다.
피곤해서 그런가, 금방 숨이 찼다.
이두도 생기고 복근도 시작되나 싶었는데.
몸은 참으로 쉽게 노력을 배반해
금방 태초로 돌아가니
극악무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낫다.
무한한 도돌이표라고 해도
거듭해서 파괴되고 파괴되다 죽는 것보단
가능한 한 건강하게 좋게 살아가는 게
백배 천배 즐겁다.
헬스장은 그런 면에서는 탁월하게 좋은 곳.
낮이고 밤이고
언제나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가득하니까.
건강이라는 목적 하나로,
잘하거나 못하거나를 떠나 모두가 열심이다.
그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열심히 살아도 된다는 것.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아도
누구도 바보라고 손가락질하지 않고
서로를 부러워하면서도
대단하게 여긴다는 점이.
누군가는 1년 365일 운동 중 하루일 것이고
누군가는 1년 중 하루거나 작심삼일 일수도 있지만,
헬스장 안에서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으므로.
그저 열심히 사는 순간.
그런 순간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좋다.
헬스장은, 열심히 하는 것보단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결과 중심 사회에서, 어쩌면 유일한 공간일지도.
그러므로 오늘도 헬스장 방문이다.
갈래갈래 찢어진 마음과
갈 곳 잃은 열정을 달래기 위해.
열심히 살기 위해.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