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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Oct 18. 2024

70 조각. 쓸데없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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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조각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여유가 생길 때면,

쓸데없이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왜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가.

그건 그럴 때만이 숨을 돌리기 때문에.

아무 의미도 없고 목적도 필요도 없이

마치 유체이탈처럼 공기 속에 몸을 맡기고

타자가 되어 나와 멀어지는 것.

월급이나 적금과 멀어지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거리는 조절이 될 필요가 있다.

때론 가깝게 때론 멀리.

실상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도

너무 가까이 있어서 또는

너무 멀리 있어서 모르는 건 아닌지.

스몰 토킹은 그런 측면에서 아주 좋은 수단이다.

적당히 긴장을 풀면서

나와 상대를 가늠해 가면서

좀 더 알아가는 동시에

좀 더 모르는 상태로 가는 최적의 방법.

세상은 열심히만이 다가 아니고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나무처럼 큰 태풍에 부러질 게 아니라

갈대처럼 물처럼 이리저리 잘 스며들고

융화되어야 한다.

나는 열심히만 하다가 죽고 싶지도 않고

잘하다가 고꾸라지고 싶지도 않다.

때론 동굴을 파기도 하고

그 동굴에 등을 달기도 하고

동굴을 벗어나 메꾸기도 하고 싶다.

길을 가다 마주하는 돌멩이에

넘어져도 보고 이리저리 치워보기도 하고.

고통 끝에 낙인지

행복 끝에 고생인지

사실 그런 순서가 중요한가 싶지만,

적어도 고통만 있지 않고 행복만 있지도 않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아직은 내가 살만한 세상을 가꾸고 있다고

그럴 여력이 충분하다고

나를 다독이고 싶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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