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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조각
헛헛함을 달래려고 책을 흡입하고 있다.
이번 달 완독은 현재 5권, 독서 중은 2권.
언젠가 읽어야지 싶어 모아둔 책 목록은 113권.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간은
알림이 뜨자마자 결제하지만,
그 외의 책은 신중하게 고른다.
책은 교보문고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잘못된 것에 소리를 내고 저항하는 사람들처럼
쩌렁쩌렁 세상을 뒤흔들거나
단번에 올바르게 바로잡을 만큼의 돈이 없어도
때론 단 한 표가 세상을 바꾸기도 하니까.
일상을 짓누르는 폭력적인 무력을
이겨내는 것 또한 하나의 일상적 습관.
책장에서 아무 책을 꺼내
맥락 없이 한 문장을 읽든
표시해 둔 페이지를 읽든
새로운 책을 읽든
한 권도 한 장도 아닌
꼭 한 문장은 읽자던 다짐.
단단한 마침표가 마침내 쉼표가 될 때,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함께 나를 받쳐줌을 느끼고
그러면 나는 주저앉은 게 아닌
잠시 쉬어가는 사람이 된다.
바닥의 모래나 그림자가 아니라 한 사람이 된다.
완독한 책은 이제 300권을 넘어선다.
얼마나 오래 그 많은 문장을 건너왔는지
이제는 낱낱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날이 더 큰 위로가 된다.
한 문장에서 한 권에서 시작했을
단출한 기록이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고 있다.
언젠가 완독한 책을 헤아릴 필요가 없는 때도
오기를 바라며, 지금은 그저 기다리는 책을
빨리 받고 싶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