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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Oct 11. 2024

67 조각. 가능한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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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조각



아령을 샀다.

고민 끝에 산 아령은,

마감이 엉망이고 색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꼼꼼히 볼 필요도 없이 괜찮지 않다.

속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손을 다칠 정도는 아닌 데다

교환까지의 과정은 아득하니 받아들이기로 한다.

단지 복싱 연습 용도니까.

수업 중에 아령을 들고 연습한 적이 있다.

생각보다 힘들었고,

맨손 연습보다 자극이 강해서 좋았다.

헬스장에서도 여러 무게의 아령으로

시험 삼아 연습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팔에 무리가 가서

제일 작은 아령만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였다.

그래서 작은 아령을 샀다.

집에 샌드백 놓을 곳도 마땅치 않고

합 맞춰 연습할 상대도 구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아령이나 들고 주먹을 날리자, 싶었다.  

일이 많고 바쁜 날에도

복싱 수업을 대신해 연습할 수 있지 않나 해서.

아령을 들고 운동하면, 팔에 근육도 붙으니.

운동에 흥미가 붙으면 이렇게 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효율을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어떤 변수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같은 시간 안에서도

극도의 효율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왜냐하면 사람의 몸이란 한 짝뿐이니까.

몸도 시간도 돈도 한정적.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점을 넘어서는 무리도 괴로운 일.

힘겹고 무거운 무게 말고

감당할 수 있는 무게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삶은 왜 이리 호락호락하지 않을까.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마음이 좀 여유롭게 공휴일이 36일쯤 되면 좋겠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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