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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조각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10월.
모레면 11월이 되는데 믿기지 않는다.
도톰한 옷을 꺼내 입으면서도
이게 맞나 의구심이 든다.
약간 기모가 들어간 바지는
출퇴근할 때는 적당하지만,
대중교통과 회사 안에서는 덥다.
얇은 니트도 마찬가지.
반팔부터 겹겹이 껴입다가
동화 <해님과 바람>처럼
한 꺼풀씩 벗고 입기를 반복하는 일상.
오늘도 어김없이 춥다가 덥기를 반복했다.
고민 끝에 고른 얇은 니트는 적당했는데,
겉옷이 생각보다 얇아서 추웠다.
겨울이 아닌데도 오들오들 떨면서
내일은 따뜻하게 입어야겠다고,
눈치 게임에 번번이 실패하는 자답게
또다시 굳게 다짐했다.
아직 독감 주사도 맞지 못했고
요즘 감기는 감기와 코로나 사이에 있어서
가능한 한 건강하게 살아남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래도 병원 내원보다는
친구를 만나는 게 즐겁고,
쓰디쓴 약보다야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달콤하니까.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압도적으로 간식거리도 많은 데다,
당장 내년에 식재료가 멸종되어 없거나
이제는 서민인지 노예인지 모를 정도로
마구 치솟는 심각한 물가 앞에서
올해도 최선을 다해 먹어야지 않나 싶다.
우리의 내일도 내 사랑스런 곶감의 내일도
언제나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이제 그것은 너무도 큰 바람.
지하철에도 비상시의 손잡이가 있고
버스에도 망치가 있는데,
가장 소중한 목숨 앞에서는
왜 비상시의 도구도 해결책도 법도 없는지.
오늘 하루도 탈 없이 살아남았음에 안도하면서도
내일은 또 어찌 살아남을지 두려워지고 만다.
살아남았음을 생각하지 않을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다가올 겨울이 조금이나마 덜 춥도록
잘 살아남도록, 이제는 대비를 해야겠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