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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조각
지난 명절에 선물로 들어온 치약을 쓰고 있다.
양치 말고도 청소나 다양한 곳에 쓰임이 있지만,
이래저래 다 귀찮아서다.
먹어 없애자는 느낌으로 두 번째 치약을 깠고
그 끝을 보기 전해 더는 참지 못하고
원래 쓰던 치약을 샀다.
다디단 향이 나는 치약은 역하다.
단맛이 나는 치약은 입맛을 돋운다.
그리고 프로폴리스 치약은
삶의 의욕을 앗아간다.
미묘한 향 때문인지
양치만 했다 하면 엄청난 구역질이 치민다.
그게 얼마나 거센지
식욕을 넘어 삶의 의욕까지 잃고 만다.
비둘기보다도 역한 구우우욱 소리를
부지런히 뱉고 있자면,
이게 지금 맞나
왜 벌을 받고 있나
괴로워진다.
이놈의 치약은 대체 뭐가 나랑 안 맞아
이 지경까지 괴롭히나 싶어진다.
근래에 빠진 살은 다른 게 아니라
이 치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쓰던 치약은 페퍼민트향.
여러 향 중 가장 맵다고 적혀있지만,
그렇게까지 화한 느낌이 없고 개운해서 좋다.
그나저나 남은 치약으로는 발이나 닦아야 하나.
예전이었으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고로 발은 ‘발을 씻자’가 진리.
남은 치약을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그래도 하나 정도는 남겨 두어야지.
코앞으로 다가온 겨울철 간식 앞에서
입이 터지거나 터지려 할 때 대비책으로.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