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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조각. 역사의 기록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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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조각



겨울에는 머리카락을 기른다.

모자, 목도리, 장갑,

안감이 있거나 따뜻한 재질의 옷,

그런 겨울 용품도 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지만,

제일은 역시 머리카락이다.

따뜻하기 위해 기른 머리카락은

봄이 오면 다시 짧아진다.

어디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을 텐데.

유난한 이번 겨울.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나지 않고

연말 같지도 않고

한 해가 끝나는 것도 새로 오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오늘 오후 2시에는 탄핵심판 첫 재판이 있고,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마찬가지로 오늘 표결할 예정이며,

환율은 1,460원대까지 치솟았다.

와중에 의료 민영화도 진행 중이니

실로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살얼음판 같은 현실에

매일 살아남고 버티는 일이

일상이 된 것 같다.

거리에 계속 늘어나는

빈 가게들을 보면서도

‘임대’라는 글자가 더 소름 끼치는 것은,

그것이 가게를 넘어서

나라를 의미할 것 같은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어서.

계엄이나 민주화나 IMF 같은 것도

전부 역사 수업에서 읽던 것들인데,

지금은 실시간으로 보고 느끼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이 먹고 자던 시절이

빨리 돌아왔으면 싶지만,

그보다는 역시 얼렁뚱땅 넘어가는 게 아닌

정확히 명명하고 처벌하며 기록을 남기는 것.

집회 추산을 10만명, 20만명으로 축소하고

가짜 뉴스와 의도가 분명한 프레임을 씌어봤자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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