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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조각. 기록에 미친 사람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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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조각



12월의 묘미는 단연 결산이다.

기록쟁이인 나와 같은 사람은 더욱이.

흔한 독서 기록, 운동 기록,

생활 습관 기록, 생리 기록, 커피 섭취 기록,

알코올 섭취 기록, 여행 기록 말고도

별 특이한 기록이 다 있다.

올해 대표적인 건,

1년 동안 기록한 출근 대중교통의 이용 시간.

몇 분차를 실제로 몇 분에 탔는지,

지연 여부와 정차 구간, 밀집도를 비롯해

겨울철에는 별도로

기온에 따른 추천 옷차림까지 적어두었다.

그다음으로는 취침 시간 기록인데,

저녁부터 새벽까지의 시간을

다섯 구간으로 나누어 기록했다.

병원 방문 기록과

몸의 컨디션을 적은 기록 그리고

영양제 섭취 기록과 같이 보면,

더 의미 있는 분석과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기록하는 게 쉽지 않고

종종 너무도 귀찮지만,

내년에도 이어서 기록할 것 같다.

기록과 번외로 올해엔

본격적으로 쓴 글도 의미가 크다.

복싱 운동 기록 <나도! 복싱?>,

짧은 조각 글 <조각의 둘레>,

생존 요리법 <뭐 먹어요? 다 먹어요!>,

체중 감량 단기 프로젝트 <죽기 vs 살기>,

엄마에 대한 심층 탐구 <사랑하면 혁명하지>,

두 개념에 대한 고찰 <사랑하면 헤엄치지> 등

나름의 컨셉과 기준을 두며 열심히 썼다.

새로운 몇 개의 주제는

내년에 이어서 쓰게 될 것 같다.

일하다 보면 무시로 울리는 ‘좋아요’ 알림,

브런치스토리(카카오)와

투비컨티뉴드(알라딘)을 합쳐

50여 명의 ‘구독자’ 모두

내겐 새로운 경험이자 디딤돌이었다.

커피나 초콜릿보다도 더 크고 깊은 응원이었다.

글이 어느 정도 쌓인 뒤에는

한번씩 새로운 구독자가 나타나

1화부터 최신화까지 하트를 누르며

완독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그럴 때면 표현하기 어려운

간지럽고도 환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

현실이란 언제나 시궁창인가 싶다가도

한순간 양지바른 곳에 도달해

바람과 햇빛을 누리는 기분이었달까.

계속 읽어주는 분들이

이 글도 이어서 읽어줄까, 하는 기대와

좀 더 나은 글을 쓰고 있나, 싶은 걱정 속에서

뭐라도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건,

어떤 약속이나 기억보다도

각인 같은 게 아닐지 생각해 본다.

스스로 비난하는 마음을 접고 응원하는 순간과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며

일상을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보던 시간,

타인에게서 받는 응원(하트)이

하나 되어 나를 살아가게 한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계속 쓸 것 같다. 뭐든, 뭐라도.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고!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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