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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조각. 야, 나두!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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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조각



그렇다.

여기저기 감기 또는 독감.

나도 감기에 걸렸다.

요리조리 잘 피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도 본격적인 감기인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느꼈다.

X 됐다. 감기다.

시시각각 나빠지는 몸 상태가

아주 몹시 소름 끼쳤다.

제발 독감만은 아니길 빌면서도

아직 죽을 것같이 아프진 않으므로

연차는 고이 접어 모셔두고

늦게까지 하는 병원을 찾았다.

40분을 꼼짝없이 기다렸다.

그래도 감사한 일이다.

집 근처의 이비인후과는

기본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모든 진료가 다 같지는 않으니까.

나와 맞는 병원, 처방약이 있다.

마법의 물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말 그런 처방들이 있다.

오늘 내원한 곳은 처음이다.

진료 시간이 1순위이긴 했지만,

나름 후기도 찾아본 곳이다.

참으로 오래 살고 볼 일인 게,

요즘은 예약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감기 기운에 다른 것도 아닌

주민번호를 까먹지 않았다면,

나도 21세기 한국 다운 쾌속 진료를 보고

빠른 퇴근길에 올랐을 것이다.

전화를 붙들고 멍하니 서서

주민번호가 뭐였는지 떠올리던 순간은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아무튼 감기는 초기 증세고

열은 사알짝의 미열뿐으로

내겐 아직 기회가 있다.

독감을 피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흘.

이 약이 나를 구원하지 못한다면

지옥 불구경을 경험해야 한다.

코로나도 말미쯤 비교적

가볍게 한 번 앓은 게 전부다.

유행도 정도껏이지,

이런 유행에는 불참하고 싶다.

벌써부터 입맛이 가시고 있다.

약이나 먹고 자야지 싶은 순간,

카톡방에 콩불 사진이 짠! 하고 등장한다.

입맛은 없지만 콩불은 먹고 자야겠다.

원래 잘 먹어야 잘 낫는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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