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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조각
손을 자주 씻는다.
시계가 있으면 시계를 보면서 30초를,
없으면 속으로 어림잡아 30초를 세면서.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불확실한 것에 지지 않기 위해
분명한 것을 꾸준하게 실천한다.
템플스테이를 다녀오고 한동안은
마음이 크게 뜨지 않았다.
떠올리려 노력하지 않아도
깊숙한 곳에서 번지는 새벽 찬 공기와
까만 밤하늘에 총총 수 놓인 별들로
안온함에 취해
잠시 흔들리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와 지낼 수 있었다.
반년도 지나지 않은 일인데.
모두 흐릿하다.
중심추가 사라진 마음은
머무를 곳이 없다.
여기저기서 데이기만 하다.
날이 너무 추워서
마음도 같이 움츠러드는 걸까.
왜 나를 원망하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
주말에는 그런 마음이 너무 무거워
책장 정리를 했다.
정리할 책이 또 나왔다.
심사숙고해서 데려와도
이렇게 쫓아내는 책이 나온다.
분류를 다시 하면서
새로 산 책들로 채웠다.
빈자리는 언제나 다시 채워진다.
자리의 적임자든
남의 자리를 빼앗든
억지로 붙어있든
자리는 어디에도 있고
누구로든, 무엇으로든 채워진다.
책장 같은 건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시험을 치르고 결과에 승복하면서.
불필요한 게 있다면 부피만 큰 책장이라고.
그런 책장에 가득, 책이 차 있다.
책 하나에 내 이야기도 하나씩 껴 있다.
오늘 밤에는 지나온, 지나갈 이야기를
들여다보아야겠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