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조각. 새해 길치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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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조각


느닷없이 새해가 되었다.

작년부터 종이 다이어리를 쓰지 않아

2025 라고 쓴 뒤에

수정할 일은 없지만

26년을 적응 중이다.

매해 1월은 대체로 이렇다.

설마 나만 이런 건 아니겠지?

지난해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

달라지겠다는 스티로폼 두께의 포부.

엎질러진 물 같은 몸을

대충 일으켜 세워

올해 계획의 세부 사항을 수정하는

1월 중순.

12월에는 인사평가 자료 준비로

업무적 성과에 더불어

개인적 업적도 돌아보면서

차가운 현실을 직시했다.

단단히 잘못됐는데.

어디서부터 뜯어 고쳐야

내 미래가 화창해지는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

길치 중에서도

방향치가 탑재된 길치는 특징이 있다.

1) 동서남북 감각이 없다

2) 주변 랜드마크를 인식하지 못한다

3) 와중에 자신의 판단을 믿는다

그렇지만

옳고 그르거나

맞고 틀리고를 떠나

나를 믿지 않으면

무엇을 믿고 어디로 가나?

나는 주변에선 가장 유명한

방향치가 탑재된 길치다.

분명 알려준 길로 갔는데도

어딘지도 모르는 종점에 도착하는 능력,

원하는 방향은 일단 못 찾는 능력 상시 탑재.

(엉엉 울며 도움을 청하던

과거의 나는 비밀.

어른의 나는 그저 추가로 드는

교통비와 시간이 아깝다),

하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않겠는가?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으나

사실 마음에 새기며 사는 속담이다.

미래는 순간순간

내가 내리는 판단으로 생기는데,

무엇을 알고 쏙쏙 골라 다닐까.

그러니 내 능력을 받아들여

목표 콕 찍어두고

표식 콕콕콕 찍어가며

나만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ㅁ : 낭떠러지, 우울로 접어드는 지름길

ㄹ : 답이 없음. 우회할 것

ㅋ : 커피가 존맛. 쉬어갈 것

ㅂ : 진흙탕. 아무리 급해도 절대 진입 금지

ㄷ : 스트레스 받을 때 강력 추천


그리고 오늘의 표식 :

하루 커피 두 잔은 무리.

카페인 음료는 한 잔만 마시고

논커피를 마실 것.

그리고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은

인간적으로 돌아다니지 말자.

by 개복사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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