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그러나! 그런데! 하지만!

by 개복사

죽기 vs 살기 | D-1

그러나! 그런데! 하지만!



저녁 시간은 일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금방 지나간다. 아직 해가 떠 있어서 안심하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면 밤 11시. 바깥은 까맣고 내 속은 더 까매진다. 저녁 시간. 이번 프로젝트 이전에는 주로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시간을 보냈다. 못했다는 것에 가깝기도 하다. 프로젝트 동안은 운동하러 가거나 저녁 약속을 잡은 정도. 일찍 자는 것도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으므로 되도록 이르게 귀가하기 위해 애썼다. 주 1회 연재하던 글에 이어 이것까지 쓰느라 매일 뭔가를 쓰고 그리며 만들기도 했다. 이 정도면 나무늘보나 개미핥기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사람들 사는 거 흉내 내가며 뒤처지지 않으려고 힘내도, 일요일 아침마다 하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처럼, 그러나! 그런데! 하지만! 하면서 뭔가 대단히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쉬이 가시질 않는다. 이러다가도 결말에서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면서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다 괜찮을 것 같은데. 아, 말이 나온 김에 로또를 사야겠다.


어제는 5km를 뛰고 집에 돌아와 마무리 운동 30분을 하고 싶었으나 취소했다. 체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운동하는 상상만 했다. 먹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살이 찐다고 하니, 운동도 비슷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터리 과학으로 까스활명수를 마셨다. 위가 약한 사람으로서 까스활명수, 베나치오, 트리싹, 소하자임, 아진팜 등등 소화제를 종류별로 구비하고 있는데, 어제와 같이 힘들 때는 액체가 최고다. 아무튼 마무리 운동을 못했으므로, 오늘은 몸이 무거웠고 그래서 슬펐다. 언제나 서운함이 동반되는 아픔. 오늘은 꼭 마무리 운동을 해야겠다. 끝까지 응원 바란다. 내일 아침에 몸무게를 재면, 프로젝트는 종료된다. 이걸 쓰면서 퇴근하던 시간이 그리울 것 같다.



p.s. 떡볶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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