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공급: 하
-요리 과정: 하
-소요 시간: 짧다
날이 많이 풀려서 따뜻하다. 내 입맛은 사시사철 살아 있지만, 전보다 물이 안 먹히고 밥은 먹기 싫고 냉면 같은 시원한 것만 생각난다. 시원한 묵밥을 너무 먹고 싶은데, 묵밥까지 갈 수가 없다. 밥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이럴 때는, 묵무침이다.
도토리묵 무침은 정말 간단하다. 도토리묵값 몇천 원으로 밖에서 사 먹는 25,000원어치에 비교도 안 되는 맛과 양이니, 사랑할 수밖에. 신선하고 맛있는 도토리묵은 말랑말랑하고 튕겨질 만큼 탱글탱글하다. 뚜걱거리거나 떫은맛이 없다. 불투명할수록 오래된 묵이니 피하는 게 좋지만, 요리 초보자는 그런 식으로는 분간할 수 있는 게 없다. 구매자가 많은 마트나 시장에서 유통기한이 코앞이 아닌 식품을 사도록 하자. 묵은 그날 쑨 게 가장 맛있고 이틀만 되어도 맛없다고 하지만, 마트에서 사는 신선한 묵으로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내가 이번에 사 온 묵은 420g이 한 팩이다. 팩에서 묵을 꺼내다가 떨어뜨리면 낭패니, 조심히 뜯어 흐르는 물에 한 번 씻어준다. 묵은 국수처럼 길게 자르거나 뭇국의 무처럼 네모나게 썰어도 되는데, 취향대로 먹어도 좋지만 신선한 묵일수록 길게 자르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에는 네모나게 써는 것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보통 묵 요리하면, 김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나도 이번에 안 사실인데, 묵과 김은 상극의 조합이란다. 대신, 상추나 깻잎 같은 쌈 채소, 요즘 제철인 햇양파를 추천한다. 그리고 만약, 고수를 사랑한다면 강력 추천이다. 진짜 너무 맛있다. 고수는 도토리묵보다는 청포묵과 더 합이 좋았는데, 맛있는 청포묵 먹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 추천할 수 없다.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도토리묵을 요리해 먹도록 하자.
자, 이제 준비된 재료들로 묵무침을 만들어 보자. 재료들을 섞을 수 있는, 면기보다 큰 볼을 준비해 둔다. 상추나 깻잎 같은 쌈 채소는 양념하면 금방 숨이 죽지만 부피가 크기 때문에 맨 먼저 담는다. 부엌칼로 예쁘게 썰어도 좋지만, 그것은 영양 파괴의 지름길. 손으로 찢어도 충분히 멋스럽게 담을 수 있으니, 손을 쓰자. 햇양파는 얇게 슬라이스로 썬다. 아무리 햇양파라도 아릴 수 있고, 두껍게 써는 것보다 얇게 썰어 양념을 배게 하는 게 더 맛있다. 이제 채소 위에 묵을 썰어 담고, 양념을 하면 끝이다.
양념 재료를 호명하겠다. 진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맛소금, 매실청, 다진 마늘, 통깨. 여기서 생략해도 되는 건, 다진 마늘. 혼자 냉동실에서 보관 중인 재료라 귀찮아서 생략하는 편인데, 풍미가 살짝 줄지만 없어도 맛있다. 고춧가루와 매실청도 사실 없어도 먹을 수는 있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420g 기준으로 볼 때, 진간장 3 밥숟, 참기름 2.5 바퀴, 고춧가루는 매운 거 좋아하면 1.5 밥숟으로 기본 맛으로 먹고 싶으면 0.5 밥숟으로, 매실청은 맛을 확 살려주므로 1 밥숟, 맛소금 살짝(두 꼬집 정도). 다 넣고 섞어주는데 막 섞으면 묵이 다 부서지기 때문에 큰 숟가락 같은 걸로 부드럽게 섞어주도록 한다. 통깨는 요리를 접시에 담은 후 뿌려준다. 맛과 멋이 추가된다.
Tip. 다진 마늘을 넣으려면 420g 기준으로 커피 스푼의 반 숟갈이면 된다. 고봉 아니고 깎은 스푼으로. 다진 마늘은 많이 넣는다고 맛있는 게 아니다. 그러면 마늘 맛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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