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공급: 하
-요리 과정: 하
-소요 시간: 짧다
한국인은 밥심이다. 계란에 완숙과 반숙파가 있다면, 밥에는 전기밥, 압력밥, 전자레인지밥(햇반) 파가 있다. 나는 압력밥파다. 처음엔 전기밥솥을 썼지만, 그건 이제 식혜용으로 자리 잡았다.
압력밥솥은 장점이 많다. 하나, 전기를 먹지 않는다. 대신 가스를 쓰지만, 전기밥솥이 먹는 전기가 더 크다. 압력밭솥으로 바꿔 썼던 첫 달에는 전기료가 2만 원이나 덜 나왔었다. 그게 벌써 예전이니, 지금 전기료로 계산하면 더 될 것이다. 둘, 전기밥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셋, 용량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밥할 정도의 압력솥은 작아서 부피 차지도 덜 하다. 넷, 밥이 금방 된다. 즉, 밥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쌀 씻는 시간을 제외하고 20분 내외면 완성이다. 다섯, 누룽지와 숭늉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설명서를 찾아볼 필요 없이 백미밥을 시작으로 현미밥, 귀리밥, 연잎밥, 밤밥 뭐든 쉽게 할 수 있다.
압력밥솥 사용으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사용법과 혹여 태웠을 때의 뒤처리일 텐데, 전기밥솥으로 하는 밥과 큰 차이가 없고 혹여나 태웠다 하더라도 요즘이 어떤 세상이던가. 다 지울 수 있다. 하지만 되도록 태우지 않는 게 심신에 좋다(가계에도).
필요한 준비물은 압력밥솥, 쌀, 물, 타이머. 앞서 3편의 <황금 반숙란, 달걀 기초>를 습득하신 분은 알 텐데, 여기서도 ‘3의 법칙’이 적용된다. 먼저, 쌀 이야기부터 해볼까. 맛있게 밥을 해도 쌀이 별로면 맛이 살지 않는다. 맛없다는 얘기다. 쌀을 살 때는 쌀알의 크기가 큰 것 말고 작은 것으로, 빛깔은 뽀얀 것을 골라야 한다. 뽀얗다는 것은 도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는 반백 살도 한참 먼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벌레 먹은 쌀도 먹어봤고 맛있다는 유명한 쌀도 먹어봤고 별별 쌀 먹어봤다.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말하자면, 지금도 사 먹는, 내 기준에 가장 맛있는 쌀은 강화쌀이다. 없던 입맛도 돌게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밥을 지어보자. 쌀을 씻을 때는 찬물이 좋지만, 손이 시릴 때는 조금 미지근한 물에 씻기도 한다. 첫 물은 빠르게 버려야 한다. 불순물 같은 것을 헹궈 없애기 위함이다. 된장찌개 같은 요리에 넣으면 좋다는 쌀뜨물은 2~3번째 씻는 물을 말하는 것이니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쌀은 씻은 물의 탁함이 빠질 때까지 씻는데, 너무 오래 헹구면 영양분이 다 빠져나가니 주의하자. 쌀을 불리는 것 또한 쌀의 상태에 따라 불리는 게 나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으니, 밥을 해보면서 조절하면 된다.
그다음으로 물의 양 조절이 중요하다. 쌀의 상태나 쌀을 불린 정도 또는 어떤 밥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불릴 필요 없는 발아현미로 짓는 현미밥이나 특별히 불리지 않아도 되는 쌀로 짓는 백미밥의 경우,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물을, 쌀을 불렸다면 첫 마디의 팔홉 정도 넣으면 된다. 쌀을 불릴수록 물의 양은 적게 넣으면 된다. 콩밥이나 연잎밥을 할 때는 물을 더 넣을 필요 없이 한 마디 정도만 넣으면 된다.
지금부터는 쉽다. 압력밥솥에 쌀과 물을 넣은 뒤 닫고, 압력추를 세운다. 센불에 올려서 압력추가 딸랑딸랑 우렁차게 울릴 때까지 기다린다. 미약하게 딸랑 울리지 않고 딸랑딸랑 울리기 시작했다면, 타이머 3분. 그 후 약불로 줄여 3분. 그 후엔 불을 끄고 3분 뜸을 들이면 완성이다. 배고프다고 서둘러 열었다가는 화상 입으니, 3분 뜸까지 들인 후에 압력추를 젖혀서 김을 빼고 뚜껑을 옆으로 조심스럽게 열도록 하자. 또한, 밥이 잘 되었나 보겠다고 얼굴을 가까이 댔다간 얼굴도 화상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Tip. 누룽지를 먹고 싶을 때는, 뜸을 3분 들일 걸 5분 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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