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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린결말 Mar 28. 2022

언덕 위에 하얀 집을 짓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시공사를 만난 건 그저 행운이지 뭐


네모난 집에 충실한 평면도를 그리는 동시에 우리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시공사를 찾아보는 일에 열중했다. 전원주택을 짓는 방식은 골조(집의 뼈대) 종류에 따라 경량철골, 경량 목구조, 철근콘크리트로 나뉜다. 우리는 처음부터 경량 목구조 방식을 선택했고 시공사 역시 경량 목조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찾고 있었다. 시공사는 규모에 따라 토털 시공비나 공사 퀄리티가 달라진다. 우리는 당연히 합. 리. 적. 인. 시공사를 찾아 헤매었다.



경량 목조 주택은 목조로 집의 뼈대를 세우는 방식이다. 시공사 사장님이 만들어주셨던 우리 집 모형과 함께.


‘합리적’이란 게 무엇이겠는가. 적당한 시공비에 믿을만한 작업 퀄리티를 가진 곳이지 뭐. 대부분 그런 곳을 꿈꾸지 않겠는가. 비록 땅은 콩깍지가 씌어서 덜컥 사버렸지만 시공사를 고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고 결국 우리 집에 꼭 맞는 시공사를 만날 수 있었다. 좋은 시공사와 인연이 되려면 결코 조급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집을 짓는 기한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괜찮은 시공사를 만나야 집을 짓겠다고 다짐했다. 일정에 쫓기지 않는 느긋함, 언제 시작해도 좋다는 배짱이 있었기에 피해야 했던 시공업체 두 군데를 거를 수 있었다.


우리는 귀촌 전부터 네이버의 한 귀농귀촌 카페에 상주하며 땅을 보는 법, 시공사를 선택하는 법 등을 나름 공부했다. 컨택했던 시공업체 모두 그 카페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이었다. 첫 번째 분은 일을 진행하기로 결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재비 상승을 운운하며 빠른 계약 체결과 자재비 선입금을 요구했다. 자금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전 공사현장에 들어갈 돈을 다음 공사현장의 돈으로 메꾸는 경우로 절대 피해야 한다(고 귀농귀촌 카페의 여러 선배님들이 알뜰살뜰 글에 적어주셨다.). 두 번째 분은 최종 계약 전 직접 지은 집에 견학을 갔다가 내외부 마감 퀄리티가 떨어져 계약을 포기했다. 초보인 우리가 봐도 대충대충 설렁설렁 마무리한 게 보였다. 내장 인테리어팀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현장 작업 관리가 제대로 안된다는 반증이다. 이래서 꼭 지은 집을 견학해보고 계약해야 한다(고 역시 카페 선배님들이 누차 적어주셨다.).


마지막 업체는 카페 글에 올려진 건축 사진부터 훌륭했다. 직접 만난 사장님은 본인이 짓는 집과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물론 직접 시공 중인 현장도 방문했다. 깔끔하고 꼼꼼하게 공사하고 있었다. 시공 비용도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범위로 조율해 주셨다. 다락을 1층 면적과 동일하게 지을 계획이었는데 그럴 경우 시공 비용이 꽤 초과되었다. 그걸 사장님이 딱 정리해주셨다.  “다락 뭐할라꼬 그래 넓게 지으시는데요? 삼분의 일로 줄여도 충분합니다. 그거 나중에는 잘 안 써집니다. 두고 보이소.” 네. 사장님 말씀이 맞았어요. 다락 통으로 지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나중이 뭐예요. 지금도 벌써 잘 안 써져요……


4월 말 터파기를 시작으로 6월 말까지 아무 탈 없이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대나무를 베어내고 경사면을 깎아내어 터부터 잡았다. 터파기, 기초 공사, 골조 공사, 창호 설치, 전기 설치, 보일러 배관 설비, 외장 작업, 지붕 작업, 내장 작업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것이 없었다. 우리는 거의 매주 주말이면 진척 사항을 보기 위해 현장에 내려왔는데 사실 우리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이케아 주방 설치만 빼고. 주방은 시공사 시공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건축주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보통은 주방 시공 업체에 맡기는데 내 로망이 또 하필 이케아 주방이었다. 지방은 설치 서비스가 없어서 직접 설치하느라 진땀을 뺐다.). 남들은 집 짓느라 십 년을 늙는 다는데 우리는 두 번 세 번도 짓겠다 싶었다. 직접 지을 게 아니라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시공사를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우리 집이 제일 깔끔했던,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 지금은 온갖 짐들로 너저분하다.



순탄하게 집이 완성되었다. 작고 네모난 언덕 위의 하얀 집. 오픈 천정도 없고 멋들어진 장식도 없이 아파트처럼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이 정도면 되었다. 여기서 뭘 더한 들 군더더기일 뿐. 우리 집이 완성되고 나자 뻔질나게 찾아보던 오늘의 집(속 남의 집)이나 EBS 건축 탐구 집을 보던 습관도 그만두었다. 남의 떡을 계속 쳐다볼 수는 없으니까. 두고두고 아껴 먹어야 할 내 떡이 생겼으니까. 물론 효율이나 비용 때문에 해보지 못한 것들은 두고두고 후회로 남아있긴 하지만, 무시할 만하다. 인테리어보다 더 중요한 건 부지런하게 쓸고 닦는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ps. 알고만 있다. 게으른 나는 정리정돈, 청소에도 젬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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