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화 영어 시간에 제임스 테이트의 시를 읽었다. 제임스 테이트의 시는 대부분 산문형식이며 아주 짧은 이야기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시를 처음 접하는 전화 영어 선생님들은 대부분 ‘이게 시야?’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게 조금 슬퍼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건 그냥 짧은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오늘은 보스니아인 Mirsad와 제임스 테이트의 시 <The florist>를 읽었다. 다 읽고 나니 Mirsad가 “엥 이게 소설이라고? 이거 시인데? 시에 더 가까운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Mirsad가 제임스 테이트의 글을 읽고 시라고 생각한 이유를 얘기했다.
“Poem depends on imagination. Poem has no limit. In poem, you can go anywhere which means you can go nowhere”
(시는 상상력에 의존한다. 시는 한계가 없다. 시에서 당신은 아무 데나 갈 수 있고 그것은 아무 데도 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문득 그의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Mirsad의 이름에 'sad'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에 ‘슬퍼’ 가 포함되어 있다니. 멀슬퍼. 멀슬퍼. 내가 중얼거리니, 뭔가가 슬픈 멀쎄드는 What? What did you say? 하고 물었다.
그런데 Mirsad는 제임스 테이트의 시가 별로라고 했다. 그는 이 시의 주제는 <외로워지는 일은 어려우며(Difficulty of being alone), 아주 섬이 되어버리는 사람은 없다(No man is an island)>랬다. 그는 멘탈이 강한 인물을 좋아하는데 <The florist>에 나오는 캐릭터는 약하다고 말했다. 그래놓고 미안했는지 ‘약한데 조금은 강한 인물’이라고 정정했다. (Well, Lets say he is half weak and half strong)
화상전화를 끊기 전에 Mirsad는 나에게 “그런데 너 어딨어? 집에 있는 거야, 아님 기숙사?”하고 물었다. 그래서 나도 “그러는 넌 어디에 있는데?”하고 물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끼리 “너 지금 어딨어?”라고 묻는 게 웃겨서 내가 어딨는지 안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