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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nisland Aug 10. 2020

Do Life

일상의 발견



집을 벗어나 7년 가까운 시간을 독립해서 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삶의 중요성이다.

참으로 연한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일상의 중요성.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자기 계발, 개인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들여다본 적 없었던 공과금 고지서를 손에 쥐고 계산기를 두들겨야했고,

이사 갈 집을 찾기 위해 몇 날 며칠 동안 부동산 어플을 뒤져야했던 날들,

바쁜 와중에도 세탁기를 돌리고 시간 맞춰 널어야 했던 빨래 하며,

빨아도 빨아도 하얀색이 돌아오지 않아 포기해야 했던 흰색 옷들,


살던 대로 가만히 살기만 해도 깔끔했던 방은 어머니가 아침저녁으로 쓸고 닦은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혼자 풀어놓고 살다 마침내 어지러워진 방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느껴야 했던 그 날들,

밥 해 먹기가 귀찮아서 일주일을 매일 같이 먹었던 삼겹살에 배탈이  후에고기는 왜 쌈을 싸 먹어야 하는지 몸으로 깨달았던 날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나는 적응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의 울타리를 벗어나 텅 빈 들판에 던져진 진짜 삶에,

고향 땅을 벗어나 서울이라는 타지의 삶에,


간절하게 이루고 싶었던 꿈을 위해 머물고 있던 자리를 박차고 떠나온 순간 간절해진 것은,

꿈이 아니라 공기와도 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소한 일상, '삶'의 소중함이었다.




왜 이럴까 왜?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처음 한동안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해야 할 것들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밀어붙였던 억압의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결국 스로 받아들게 되었다.

성공과 꿈, 목표와 같은 것들은 거창하고 멋져 보여서 이루고 나면 다른 고민이나 갈증들은 모두 해결될 것만 같지만 그것들도 사실은 인생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는 것을.

드라마 속 주인공은 정해진 하나의 역할만 잘 해내면 되지만 현실의 삶 속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렇기 때문에 원하는 것 하나를 이룬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모든 삶이 행복해질 수는 없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 만족감,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들도 많지만 이런 것들이 내 삶의 전부일 수 없다.


노력하여 얻은 돈과 명예가 가족과 멀어지게 한다면?

바쁘게 일만 하다가 건강이 안 좋아진다면?

주말에 만날 친구 하나 없이 일만 해야 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원하는 것을 이룬다는 것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원하는 층에 짠하고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듯 자신의 노력으로 한층 한층 타고 올라가야 하는 긴 여정이며,

목표한 층까지 올라가면서 지나치는 여러 중간층들도 모두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부분인 것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단세포 같은 삶을 얼마 전에야 막 끝낸 나 자신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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