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만도 한 게 스스로도 그 시점 그 생각의 중심에 서 있으니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단정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일기장에나 혼자 떠들 만한 내용이지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라고 브런치에 글로까지 적어내야 할까 했는데...
스스로의 정리와 성찰을 위해. 조금이나마 더 정리된 마음으로 적어본다.
일단, 계획했던 일정에 퇴사하지 못했다.
원래의 계획은 재직 2년이 되는 시점인 2019년도 6-7월에 퇴사를 하는 것이었으나, 무려 1년이나 늦어진 2020년도 6월 말에 퇴사를 했다.
2년이 되었을 시점에 회사를 다니는 동안 목표했던 것들 중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달성했었지만 막상 퇴사를 외칠 타이밍이 되어 돌아보니 뭔가 허전한 느낌과 2년 전 계획을 세울 당시 스스로 확신하고 믿어왔던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근무하던 회사에 입사하면서 회사를 통해 혹은 개인적으로 배우고 달성하고자 했던 것들은 모두 얻었고,
더 이상 이 업무, 이 회사를 통해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다음 방향에 대한 의구심.
마치 반쪽짜리 티켓을 손에 쥔 느낌.
-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렇게 힘들게 살았는데... 나가서 더 힘들게 일해야 하지는 않을까?
- 왜 안정적인 수익이나 수익구조를 만들어둘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 퇴사하고 독립하기 위해 준비한답시고 했던 것들이 오히려 더 모범적인 직장인의 자기 계발이었구나...
- 차라리 계획 같은 건 내버려 두고 하루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탐구하고 즐기고 계발했다면, 내가 좀 더좋아하고 자연스럽게 몰두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파생된 결과가 밖에서 나를 오라고 손짓했을 텐데...
와 같은 의구심...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보고 들은 것들이 많아져서인지 이전과는 달라진 나 자신이 원인이기도 했고,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어쨌든 불확실한 앞날을 향해 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안정을 추구하는 나에겐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의구심이 든 이후로 1년은 말 그대로 버텼다.
덕분에 좋아하는 것들을 나름 적극적으로 찾고 탐구하기 시작했다.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카메라를 다시 만지기 시작했고 사진 열심히 찍고 목표를 위해 뒷전으로 미루고 미뤄왔던 DJ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야 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회사 업무에 대한 흥미는 많이 낮아져 있는 상태였지만 숙련도는 높아진 상태였고 그동안 퇴근하고도 쉬지 않았으니 한 1년 동안은 좀 편하게 놀고먹으면서 회사생활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어리석었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다 보니 업무상에서 불필요한 마찰도 생기기 시작했고 그토록 내가 싫어하고 멀리하고 싶었던 고인물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3년이 다돼가고 불필요한 마찰은 여전하고 그 외 몇 가지 추가된 계기들로 인해 더 이상 회사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돈은 벌어먹고 살아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결국 퇴사했다.
생각해보면 항상 계획과 준비를 떠들던 놈이 참 무계획하게 나와버린 것이다.
깨달은 점이 있다면...
1. 퇴사는 대단한 일이다. 준비 또 준비 다시 준비하고 하자.
퇴사는 대단한 일이다. 준비 또 준비 다시 준비하고 하자.
(중요한 만큼 다시 한번 더 씀.)
+ 퇴사를 확신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직과 동일하다.
이직을 할 때 완전히 다음 회사가 확정된 후에 퇴사를 하듯 퇴사를 위해서 목표하는 수익의 창출 혹은 하고 싶은 일의 현실화와 같은 눈에 보이는 확실한 기준이있어야 한다.
2. 너무 열심히 하지 말자, 그렇다고 대충 하지도 말자. 발전, 계발 다 중요한데 자기 자신과 자신의 건강을 잃을 정도로 해선 안된다.
3. 장기간의 계획보다 오늘 하루의 루틴이 더 중요하다.
목표나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초점을 훗날의 목표가 아니라 오늘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바꿔보자.
4. 자기 자신 사용법을 완성해가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워하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조금 더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기만의 기준을 다듬어 가야 한다.
퇴사 후 지난 두 달간을 자칭 생애 1차 은퇴 기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부르며 사진 찍고 글 쓰고 DJ 하고 운동하며 한량 같은 생활을 했다.
회사 다니면서 병행했던 강의, 사진, 설계-디자인 일들로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하긴 했으나 프리랜서로 뿌리를 내려야 할지 잘 맞는 회사가 있다면(방향에 부합하는) 다시 바깥을 동경하는 직장인으로 확실한 한 개의 굴이 정해지기 전까지 두 가지 굴을 또다시 파야할지 모호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