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4시간을 버티는 방법

눈치 보는 손님

by 제이유

“많은 분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 이용 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합니다.”


오늘 방문한 카페 입구에 붙여진 안내문의 문구다.

나는 이곳에서 4시간을 버텨야 한다. 중간에 다른 카페로 옮길 수도 있지만, 커피를 두 잔 마시고 싶진 않다. 나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카페를 옮긴다는 건 아메리카노를 두 번 주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싶진 않다.


4시간을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일단 입장과 동시에 아메리카노와 에그타르트를 주문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만 먹는 사람의 특징은 단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가 에그타르트를 주문했다는 것은, 그것 외에 주문할 수 있는 디저트가 없어서 억지로 시켰다는 의미다. 이미 한 테이블을 두 시간 이상 점유할 것으로 마음먹은 경우, 나는 이렇게 디저트를 꼭 같이 주문한다.


자리에 앉아 100일 중 11일차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무슨 글을 쓸지 단박에 떠오르지 않아, 먼저 쓴 다른 사람의 글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글쓰기에 왜 마감일이 필요한지에 관한 내용을 썼다. 무사히 글을 올리고 오늘도 썼다는 뿌듯함에 잠시 허리를 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을 넘겼다. A4 용지 한 장도 다 채우지 않았는데 카페에 온 지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났다. 시간이 야속하다.


무언가를 더 사야한다.

허리를 편 김에 매장 안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오전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빈 공간을 다양한 상품들이 채우고 있었다. 어떤 곳과 제휴를 맺은 건지 니트, 셔츠, 모자들이 걸려 있다. 맞은편엔 지역 공예가가 만들었다는 도자기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시트를 깔지 않아도 눌어붙지 않는다는 찜기가 눈에 들어왔다. 도자기로 만든 찜 그릇. 요리조리 살펴보며 3만 원이라는 금액을 확인했다. 잠시 고민하다 계산대로 가 결제했다. 앞으로 2시간은 더 자리를 차지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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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리에 앉아 이번엔 브런치스토리에 올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와 브런치의 차이를 정리한 내용이었는데,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발행을 누르기 전까지 몇 번을 수정하게 된다. 좀 더 완결된 한 편의 글로, 정보와 함께 나의 성찰을 꾹꾹 눌러 담고 맞춤법 검사까지 완료했다. 오늘 밤에 또 추가하거나 덜어내고 싶은 내용이 떠오를 것 같아, 일단은 예약발행을 해 놓았다. 이렇게 집중해서 쓰고 나니 도자기를 사들인 지 두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이제 한 시간 남았다.

왜 이렇게까지 버텨야 하느냐. 아이들의 픽업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는 해 놓고, 아이들 학교는 전학시키지 않은 이유로, 왕복 50분의 학교 라이딩을 하고 있다. 아침에 등교시키고 학교에서 하는 학부모 활동하고 나니, 하교 시간까지 네 시간이 남은 상황이었다. 집에 다녀오자니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기름값이 아까워 그것을 카페에 쓰기로 한 것이다. 어쨌든 한 시간을 더 버텨야 하는데, 나는 4,500원 커피 한잔과 4,000원 에그타르트 한 개, 그리고 3만 원짜리 도자기 상품을 구매하고도 3시간 이용 제한 안내문에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기어이 일어나 또 계산대 근처로 다가갔다.

빵은 별로 없는데 떡을 팔고 있다. 이것도 어느 떡집과 제휴 맺은 듯 오늘 만든 여러 떡이 진열되어 있다. 그 중 아이들이 차 안에서 먹을 만한 무지개떡 한 팩을 결제했다. 다섯가지 색을 물들여 예쁘기도 하고 호불호가 없으며, 무엇보다 차 안을 크게 더럽힐 일 없는 아주 적절한 선택이다. 떡값 2,500원. 생각보다 저렴한 떡값을 계산하고, 내 자리로 돌아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을 들여 12회차 글로 올릴 요량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꽤 착한 카페 손님이다.

이 쾌적한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잔잔히 흘러나오는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적절한 수다 소리를 백색 소음 삼아 글쓰기 과제들을 해치우고 있다. 이를 가능케 도와주는 카페에 나름대로 최선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이 돈으로 스터디카페를 가는 게 나을까, 무료인 도서관으로 가는 게 좋을까를 늘 저울질하지만, 카페가 주는 이 쾌적함과 배경음악과 수다 소음을 충족시켜주는 곳이 흔치 않다. 그래서 기꺼이 눈치 보며 시간 단위로 무언가를 결제하고, 그렇게 덕분에 오늘도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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