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찔끔, 저거 찔끔, 그게 나였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지금 생각한 것이 맞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사회 생활 할만큼 했다 싶어, ‘이제는 하고 싶은 걸 해볼까?’ 싶다가도, 결국 고민하는 처음 갈림길로 다시 돌아오곤 한다.
그러다 우연히 알랭 드 보통과 인생학교가 함께 쓴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을 접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거 찔끔, 저거 찔끔, 그게 나였지’ 하는 마음이 자꾸 따라붙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혹은 얼핏 알 것 같기는 한데 용기 내지 못 한 내게 필요한 질문들이 그 안에 있었다.
책은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을 찾는 15가지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천천히 돌아볼 기회를 준다. 성인인 우리가 흔히 듣는 말, ‘이제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도 돼’라는 말 앞에서 왜 마음은 더 복잡해지는 것일까.
책에서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기 힘든 이유에 대해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1. 이건 새로운 질문이다. 인류 역사상 대대로 가업을 잇는 게 일반적이었다.
2. 사람은 일에서 행복을 찾는다. 재미있으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을 원한다.
3.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른다. 종교에서 계시가 내려지듯, 천직이나 재능이 있길 바라지만 꼭 그렇지 않다.
4.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교육은 직업 수행 능력에는 집중하지만, 직업 선택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5. 어른들도 직업 선택 과정을 잘 모른다. 많은 경우 우연과 시행착오로 길을 찾아간다.
6. 직업 선택을 다룬 책이 드물다. 커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깨닫게 돕는 책이 거의 없다.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 중 본문 요약
이유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공감되는 부분이 있는가?
내가 가장 공감이 갔던 건 3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른다’는 이유였다.
나는 늘 ‘이걸 원하는 게 가능할까?’부터 먼저 계산하는 사람이다. 원하는 것을 마음껏 요구하기보다는 가능성과 눈치를 먼저 본다. 아마도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 형편과, 엄마를 비롯한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은 인정욕구가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구보다는 포기를, 시도보다는 순응을 먼저 배웠다. 그러다 보니 ‘이거 찔끔, 저거 찔끔’ 하며 이것저것 해보다가, 어느 하나 깊이 몰입해 본 경험은 많지 않다. 결국 지금은 적당히 넓게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 있지만, 늘 스페셜리스트를 동경한다.
또 하나 깊이 고개가 끄덕여졌던 건 2번, ‘사람은 일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부분이다. 돈도 벌어야 하지만, 의미감도 중요한 나다. 내가 성장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성장에도 보탬이 되는 일이었으면 한다. 그러다 보니 직업을 ‘선택하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커져버렸다. 의미와 경제적 보상, 둘 다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시작이 오히려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하면 돈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말도 익히 알고 있지만, 막상 실행 단계에서는 마음이 여러 갈래로 흔들린다. 가끔은 종교에서 신의 계시를 받듯, 누군가 “너는 이걸 해!”라고 말해주길 바랄 때도 있다. 사주풀이에 나온 적성에 기대어 진로를 결정해 볼까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관심 가는 것이 있다면, 크고 근사한 결과를 기대하기보다 우선 작게라도 시도해 보는 것. ‘이거 해서 뭐 해?’보다는 ‘뭐라도 남겠지.’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움직이는 것. 그렇게 몸과 마음을 움직여야 내 안에 점들이 찍힌다.
그 우연한 점들이 언젠가 하나의 길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아직은 모든 게 흐릿해 보여도 괜찮다. 중요한 건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오늘도 작은 점 하나를 찍기 위해 글을 썼다.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