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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픈모바일 Jul 10. 2018

[추억의 오락실] 슈팅게임의 명가 사이쿄

90년대 오락실 슈팅게임의 구세주

요즘은 아케이드 게임센터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1990년대 오락실을 들락거렸던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게임 장르 중 하나가 바로 슈팅게임입니다. 슈팅게임은 게임 시장에서 매우 유서가 깊은 장르인데요.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한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게임센터 보급에 지대한 기여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90년 대 후반 오락실이 몰락할 때까지 슈팅게임은 꾸준한 인기를 얻어 왔습니다.


전설의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


하지만 슈팅게임 장르도 부침은 있었습니다. 1980년대 황금기를 지나 90년대에 접어들자 스트리트 파이터를 위시한 대전격투게임에 인기가 밀리기 시작했고, 신작 슈팅게임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장르의 존속마저 위태롭게 되었던 것이죠. 이런 위기의 시대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사이쿄입니다.



1992년에 설립된 일본의 게임회사 사이쿄(彩京, Psikyo)는 일본에서는 마작게임과 슈팅게임, 국내에서는 슈팅게임으로 유명합니다. 오락실에서 한 번쯤은 즐겨봤을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 건버드 시리즈, 오프닝 영상으로 더 유명한 텐가이 등이 모두 사이쿄의 게임으로, 사실상 90년대 오락실 슈팅게임을 견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이쿄의 명작 슈팅게임들


사무라이 에이스


사이쿄의 첫 작품. 일본판 이름은 전국 에이스로 사무라이 에이스는 수출판의 제목입니다. 본래 사이쿄는 비디오 시스템이라는 회사에서 에어로 파이터즈를 개발한 스탭들이 독립해서 만든 회사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에어로 파이터즈의 느낌이 남아 있으면서 일본적인 색채가 더해졌죠. 사이쿄 게임 특유의 모아서 쏘기도 사무라이 에이스에서 처음 도입됐습니다.





건버드 시리즈


사무라이 에이스 다음에 출시한 게임으로, 시스템 자체는 사무라이 에이스와 거의 같지만 세계관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무라이 에이스는 비행기를 타고 전투를 했지만, 건버드 시리즈는 캐릭터가 직접 전투를 펼칩니다. 캐릭터성이 꽤 강조된 게임으로 1보다 2가 국내에서 더 인기를 얻었고, 카카오를 통해 모바일로 이식되기도 했습니다.


건버드1(왼쪽)과 건버드2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


사실상 사이쿄의 최고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사이쿄는 거의 1년에 하나씩 게임을 출시했는데, 1993년에 사무라이 에이스, 94년에 건버드, 그리고 95년에 스트라이커 1945를 개발하면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거의 완성시켰습니다. 특히 게임 속 시대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데, 보스 유닛들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SF적 세계관이 접목되어 있어 연출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스트라이커 1945 2는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전작 이상으로 인기가 많았고, 3는 이미 오락실 자체가 사양세인다가 전작에 비해 딱히 나은 점도 찾기 어려워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습니다.  워낙 인기가 높았고 기판도 많이 깔려서인지 1과 2는 지금도 현역으로 구동되고 있는 게임센터들이 많습니다.


보스 유닛 뿐 아니라 아군 기체도 로봇으로 변신하는 3




텐가이


텐가이는 수출판 제목으로 일본 내수용 제목은 전국 블레이드입니다. 사무라이 에이스의 후속작인데, 따로 작성하는 이유는 게임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작은 종스크롤 게임이었던 반면, 후속작인 텐가이는 횡스크롤 슈팅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이쿄는 종스크롤 게임만 선보였는데, 텐가이를 통해 횡스크롤 게임 역시 잘 만든다는 걸 입증했습니다. 텐가이는 전작에서 등장한 스님의 이름으로 이번 작에서도 등장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오프닝. 정작 게임 내 성능은 좋지 않아 사용하는 유저가 적었습니다.
반면 숨겨진 캐릭터 아인은 사기적인 성능으로 사랑받았습니다.




솔 디바이드


사이쿄가 선보인 또 하나의 횡스크롤 슈팅게임입니다. 그동안의 사이쿄 게임들과 비교하면 매우 이질적인 시스템을 채용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비행체가 아닌 캐릭터를 조작하고 슈팅 공격과 근거리 격투 공격이 존재하며, 전멸 폭탄이 없는 대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질적인 시스템, 높은 난이도, 슈팅게임 및 오락실의 하향세가 맞물려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이름만 남은 사이쿄


이외에도 몇 개의 게임이 더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많은 명품 슈팅게임을 제작하며 90년대를 풍미한 사이쿄지만, 오락실과 슈팅게임 장르의 하락세는 사이쿄 사정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사업 범위를 확장해 파칭코 머신을 만들기도 했지만, 결국 2002년 크로스노츠(X-nauts)라는 회사로 인수되어 브랜드만 남았습니다. 그나마도 지금은 크로스노츠의 홈페이지가 폐쇄되어 현황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전작의 명성에 먹칠을 한 전국 캐논


2005년 크로스노츠 하에서 사이쿄 브랜드로 텐가이의 후속작인 전국 캐논을 PSP용으로 출시했지만, 동인게임 수준의 조악한 완성도로 사이쿄의 명성에 먹칠만 했습니다. 애초에 인수합병된 이듬해인 2003년 사이쿄의 개발 부서는 해산되었기 때문에 예상된 결과이긴 했습니다. 요즘은 슈팅게임 신작 자체가 드물고, 행여 출시가 되어도 대부분이 초심자에게는 지나치게 어려운 탄막 슈팅이라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그래서 가끔씩은 사이쿄 스타일의 신작 슈팅게임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사문의: 오픈모바일(wel_omcs@nav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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