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월요일, 마음은 여전히 일요일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발레 공연을 보고 왔거든요. 발레 학원 친구들과 함께요. 그러니 자연스레, 월요일의 드로잉은 발레 친구가 올린 커튼콜 사진을 그렸습니다.
취미삼아 운동삼아 발레학원을 다닌지가 몇 년이 흘렀어요. 여전히 실력은 초보자입니다만, 보는 눈과 마음은 무럭무럭 자랐어요. 발레를 배우며 알게 된 것들을 소재로 그림책 <오늘은 오늘의 플리에부터> 를 내기도 했고요. 이제는 발레 용어도 꽤 많이 알아듣지요.
일요일에 마지막 공연이었던 발레 슈프림은 일종의 갈라쇼였는데, 독특하게도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서 바를 잡고 클래스를 하는 1부부터 시작했습니다. 바 워크와 센터 워크로 이어지는 클래스가 뭐가 재밌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게 말이죠, 꽤 재밌습니다. 고수들이 우리가 아는 걸 보여주잖아요. 그들이 쌓아온 하루하루를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해주는 몸에 밴 움직임들, 작품 이전의 날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물론 2부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경이로움과는 다릅니다만.
갈라쇼이니만큼 여러 스타들이 등장하는 형식이라 누가 못 오게 되느니 어쩌느니 잡음이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고국을 찾은 우리의 스타, 김기민은 멋졌어요. 무용수 숫자가 줄었는데 메인 타이틀을 혼자 짊어진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테죠. 그만큼 팬들을 배려한 무대를 준비했다는 것도 눈에 보였고요. 그래서 마지막 커튼콜에서 환히 웃는 모습이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10분 이내로 후루룩 그려내는데일리 드로잉에서 그 아름다움을 담아내기는 역부족이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건 간단하게나마 무대 위에서 빛나는 모습을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반짝반짝, 좋은 주말을 추억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