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강아지 그림입니다. 강아지라기엔 좀 큰가요? 30kg 은 된다는 커다랗고 듬직한 진도믹스, 천둥이를 그렸거든요. 아무리 대형견이어도 저 눈망울을 보면 ’강아지‘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주에 천둥이를 실제로 처음 만났어요. 실제로 처음이라는 건 이미 알던 사이라는 얘기죠. 천둥이는 ’나의 못말리는 하우스메이트‘ 라는 책의 주인공이거든요. 저는 그 책을 아주 즐겁게 읽었어요. 막연히 생각하던 ‘큰 개를 돌보는 건 어렵겠지?’ 라는 물음에 구체적인 장면들로 대답해준 에세이였습니다. 그만큼 행복이 뚝뚝 묻어나는 글이었고요.
라방하는 날 찾아와 준 천둥이는 점잖고 똑똑한 강아지였어요. 너무 오랜만에 커다란 진도믹스 강아지를 코앞에서 만나고 쓰다듬어보니 어릴 적 일이 떠올랐습니다. 열 살 무렵부터 집에서 진도개를 키웠었거든요. 그땐 반려견이라는 말도 쓰지 않을 정도로 모르는 게 많던 시절이었어요. 우리집 곰순이는 이름답게 정말 순하고 똑똑한 강아지였는데, 부끄러울 정도로 잘 돌봐주지 못했습니다. 그저 귀여워하기만 했어요. 마당에 묶여있는 게 안쓰러우니 시골의 넓은 집으로 보내는 게 강아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별한 일이 가장 안타깝고 후회되는 일입니다. 어릴 적에 그런 일들을 겪었기에 지금은 쉽게 동물을 집에 들이지 못하는 것도 같아요. 이젠 제가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니까요.
그렇지만 커다란 강아지를 데리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던 산책의 즐거움은 아직도 저에게 남아있습니다. 한참 걷다가 가끔씩 눈을 마주치던 신뢰의 눈빛도요.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사랑을 보내주는지, 강아지들은 정말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