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사 후보지 정하기
북스테이를 지을 곳을 찾는 일은 단순히 괜찮은 매물과 적절한 가격을 고르는 부동산 투자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단순히 "살만한 집"을 찾는 게 아니라, "머무는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공간을 직접 운영할 예정이었고, 그렇기에 ‘거리’, ‘분위기’, 그리고 ‘북스테이라는 컨셉에 어울리는가’라는 네 가지 기준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물리적 거리였습니다.
저는 현재 경주 황리단길 근처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북스테이 역시 직접 운영하는 구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차량 기준 10분 이내라는 조건은 현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이미 감성 숙소가 존재하거나, 그런 분위기가 낯설지 않은 동네인지 살펴봤습니다. 해당 지역에 이미 숙소가 존재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수요와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숙박업 허가 역시 어느 정도 수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감성 숙소가 어색하지 않은 동네'는 곧 '북스테이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북스테이는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시설이 아닙니다. 브랜딩과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한 구조이기 때문에, 2억 내외의 예산 안에서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했습니다. 실제 동네별 시세는 ‘부동산플래닛’ 등의 사이트를 통해 최근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동네의 결이 '북스테이'라는 개념과 어울리는가였습니다.'책을 읽기 위한 공간'은 단순히 조용한 곳을 넘어 몰입과 휴식, 그리고 나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고요함이 있어야 합니다. 관광객의 동선에서 너무 멀어지진 않되, 시끌벅적함에서는 충분히 벗어나 있는 장소.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결정적인 기준이었습니다.
이 네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현재 실사를 준비 중인 후보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악동 : 황리단길과 가까우면서도 조용한 주거지. 감성 숙소 분위기가 이미 일부 형성되어 있음.
탑동 : 전원형 단독주택이 분포한 조용한 동네. 북스테이와의 정서적 궁합이 좋음.
사정동 : 안정적인 주거 분위기와 함께 비교적 신축 주택이 많아 리모델링 효율이 높음.
배동 : 풍경과 고도제한의 조화가 아름답고, 감성 스테이 분위기도 일부 존재.
황남동 외곽 : 황리단길과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한적한 골목. 브랜드화 가능성이 높음.
책을 읽기에 어울리는 동네는, 글로만 판단할 수 없습니다. 눈으로 보고, 걸어보고, 숨 쉬어보아야 알 수 있는 일이니까요. 이제 직접 발로 뛰어보려 합니다. 실사 후의 기록도 차곡차곡 정리해서 이어가겠습니다.
북스테이를 꿈꾸는 누군가에게, 이 여정이 작은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