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및 정리
이전의 글들에서 우리는 시대별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추리 소설의 구성과 내용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검토해 보았다.
1980년대의 추리소설은 기존의 추리 소설에 비해 사건 해결을 담당하는 인물의 성격이 입체적이라는 특징을 가졌지만, 여전히 ‘범인 색출 중점적 구성’이라는 구시대의 유물을 벗어버리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리고 1990년대의 추리 소설은‘누가 범인인가’에 대한 문제보다 범행에 이용된 트릭에 초점을 맞추면서, 독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완전범죄의 체계성’을 높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 이후의 추리 소설은, 모든 범행의 동기 이면에 사회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그와 동시에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추리 소설의 변화에는, 각 시대 별로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가 큰 영향을 미쳐 왔다. 혼란스럽고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간 독자들의 경우 자신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즐거움을 선사해 줄 수 있는 내용과 구성의 추리 소설을 선호해 왔으며, 현대 사회로 접어들어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된 독자들의 경우는 추리 소설 작가들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작품 속에서 부각시켜 주기를 기대해왔다.
이처럼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추리소설의 모습 또한 확연하게 달라져 왔음을 일련의 글들을 통해 검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내가 작성한 글에서 다룬 추리소설의 영역이 다소 일본의 추리 문학에 치우쳐 있는 경향이 있고, 아가사 크리스티와 엘러리 퀸 이후에 유럽과 미국에서 성장한 다양한 종류의 추리 소설을 다루는 것에는 실패한 감이 있으므로, 추후 서양의 추리 소설 변화 양상에 대한 분석과 검증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유럽의 요 네스뵈로 대표되는 타락 형사 중심의 추리 소설과 독일의 넬레 노이하우스로 대표되는 사회비판 추리소설, 미국의 제드 러벤펠드로 대표되는 심리학 중심의 추리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서양 추리 문학을 분석함으로써, 다소 동양의 추리소설의 진화과정에 치우쳐 서술된 이전의 글들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