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나로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몇 년 전 딸아이에게 말랑말랑한 북극곰 인형을 선물했는데 그 인형이 아이의 인생 인형이 되어 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사랑스러워진다고도 하고,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인형 생각이 난다고도 했다. 하도 끼고 살아서 색깔도 원래의 북극곰 색 - 약간 누리끼리한 - 이 되어 버렸고 안의 솜도 몇 번 빨았더니 상태가 독특해졌지만 여전히 너무 좋다고 한다. 때로 조용히 껴안고 뭐라 중얼중얼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등 애완동물 다루듯이 하고 있는 걸 보면 저것이 애착인가 집착인가 싶을 때도 있다. 심지어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혹여 다른 장소로 급히 대피해야 할 때 곰인형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곤 한다.
그렇게 가족 중 한 사람이 하도 북극곰 인형을 좋아하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레 진짜 북극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명백히 기후변화와 온난화로 인한 심각한 환경 문제의 아이콘처럼 되어버린 북극곰인 것이다. 아주 사나운 육식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생김새가 - 특히 아기곰의 경우 너무 귀여워서 북극곰을 살리자고 하면 호소력이 크다는 이유도 있다고 본다.
휴지를 많이 쓰는 편인 우리는 휴지걸이에 북극곰 그림을 붙여두었다. 고백하건대 일회용품을 진정 많이 쓰는 일인으로써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조금 막막해서 일단 휴지부터 줄이려고 시도했다. 허나 이번 환절기를 겪으며 비염이 생겨서 그것도 쉽지 않더라는 슬픈 이야기. 개인이 몇 가지 생활패턴을 바뀐다고 해서 이 환경의 악화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애써본다.
한 기후학자는, 코로나는 끝이 날 것이지만 기후 위기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므로 코로나보다 온난화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화석원료를 당장 그만두고 재생 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는 일이 시급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극복할 수 있을 거라 희망을 갖는다. 극복하지 않는 한 북극곰에게도 우리의 후손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도 미래는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