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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처럼 Nov 09. 2021

자전거는 빛을 싣고

때론 밤에 자전거를 타게 되는 일이 있다. 조금 먼 거리를 자전거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해가 지는 경우도 있고, 어두워졌지만 외출해야 할 경우도 있다. 밤 자전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랜턴이다. 자전거에 따라 랜턴이 원래 부착되어 나오는 종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


밤에 랜턴을 켜지 않고 달리는 자전거를 교통경찰은 단속한다. 걸렸을 경우에는 범칙금을 내야 한다. 컴컴한 골목길에서 랜턴을 켜지 않고 달리는 자전거는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랜턴은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마치 마스크처럼. ​


사람에게도 '나 여기 있어요'를 알려주는 작은 불빛 신호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 신체의 어느 부분에 부착되어 있는 것이 좋을까. 뒤통수? 아니면 왼쪽 귓불이나 목 부근은 어떨지. 인생의 골목길에서 하나의 불빛이 켜지면 그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서로가 존중하여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주고 배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불빛을 깜박이면 '너무 힘드니 도와주세요'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조심스레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으면 좋겠다.

​​


따스한 불빛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겨울이 좋은 것은 나의 경우, 빛이 더욱 그리워지기 때문인 것 같다.   


​​


ps.


자전거 랜턴에 얽힌 에피소드를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라면 <러브레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름이 같은 두 명의 여학생과 남학생이 자전거 랜턴 아래에서 뒤바뀐 시험지를 확인하는 그 장면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한 일본인 친구는 한국에서 그 영화가 엄청난 히트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했다. 그 정도의 영화는 아닌 것 같다면서. 글쎄, 나로서는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마치 이십여 년 전에 일본에서 <겨울 소나타>와 욘사마 붐이 일어나는 것을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영화는 드라마는 두 나라 사람들 안에 놓여 있던 '그 어딘가'를 건드린 것이다. 그리고 그 어딘가를 통해 전류가 흐른 것이다. 그리고 각각에게 그것을 언어로 설명하기에는 곤란한 일이었다.



도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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