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랑 둘이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온통 푸르고 푸른 것들을 오래 바라보았고, 누군가가 만들어 준 맛있는 것들을 먹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번 말한 것은 '나중에 아빠랑 같이 또 오자'였지. 돌아오는 기차를 타자마자 곯아떨어진 딸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창 밖의 풍경들을 바라보다가 또 딸을 바라보다가, 후지산을 발견하고 '후지산이 보여' 아이를 깨웠지만 응응, 건성으로 대답하고 계속 자는 딸아이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러게 후지산이 별 거라고. 오는 길 가는 길과 머문 곳에서도 사람이 거의 없어 공간을 마음껏 누렸다. 사춘기의 딸보다 불혹을 넘긴 어미가 더 철딱서니 애 같은 집이 또 있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보다.
우리는 높이높이 나는 매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멋진 광경이었다. 도쿄역으로 돌아왔을 때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았음을 서로에게 선언하고 도쿄역 근방을 여행자처럼 슈트케이스를 끌고 돌아다니다 카페에 가고, 여행자처럼 기념 과자를 샀다.
집으로 돌아와 여행이 끝난 것을 실감하고, 비로소 아이는 숙제를 하고 스탠드를 밝히고 학업을. 나는 저녁 준비. 아 일상.
하지만 말이지, 우리의 여행은 끝난 적이 없지, 계속 킵 고잉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