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늘 가장 궁금하게 여겨온 것은 외계인의 존재 유무도 아니고, 어떻게 하면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가도 아니며(아 이건 좀 궁금하긴 하다), 피부 미인이 될 수 있는 결정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같은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사람과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가?'
나는 그것이 늘 궁금했었다. 지나가는 연인이나 부부를 바라보며 저 사람은 저 사람의 어떤 점이 좋아서 서로 사랑에 빠지고 사귀다가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가. 궁금하여 그들을 붙잡고 묻고 싶을 때가 많았다. 물론 궁금증의 핵심은 '왜 결혼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나?'에 있다. 모든 남녀가 백 퍼센트 사랑 하나만의 이유로 결혼하여 부부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부터 시작해 결혼 5년 차, 10년 차, 15년 차, 30년 차 각각의 부부들을 인터뷰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인 중 한 부부는 서로 전혀 모르던 사이였을 때, 어느 날 여성분이 꿈을 꿨는데 하늘에서 조그만 바구니가 내려왔다고 한다. 바구니 안에는 종이에 커다랗게 이름이 적혀 있었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다음 날 그 여성분의 친오빠와 오빠의 지인분들을 만날 일이 생기게 되었고, 그 자리에 있던 한 남성분이 인사를 하며 이름을 밝히셨는데, 바로 꿈속에서 본 그 이름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도 노총각 노처녀로 분류되었던 두 사람은 이후 결혼을 하여 남매를 키우며 아름답게 살고 계신다.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실화다.
사람과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대체 어떤 과정을 겪고 그 양상은 또 얼마나 흥미진진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위의 두 분의 케이스를 접한 이후가 아닐까 한다.
나와 남편의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는 7년의 연애 기간을 거치고 결혼 후 16년이 되었다. PC통신 하이텔 소모임 무라카미 하루키 동호회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그는 어떠한 화제로든 지치지 않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나는 발화하는 언어보다 생각하는 언어 쪽이 더 비중이 큰 사람이다. 빙산으로 치면 나는 바다에 잠긴 부분이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고, 그는 대부분 드러나 있는 빙산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는 말의 비중이 어느 한쪽으로 너무 쏠리지 않도록 1분 스피치 게임 같은 것을 종종 하곤 했다. 한 사람이 1분을 말하고 상대에게 키워드를 던지면 그것을 받아 1분을 말하는 식으로. MBTI 중 두 개가 일치하고 혈액형은 같다. 우리는 현실인식이 서투르고 계획적이지는 못한 그런 사람들이다.
이 이야기를 장황하게 기록하는 것은 내가 해왔던 '사랑'이 바로 '이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이 삶 안에 그대로 스며들어있다고 해야 할까. 우리는 씨실과 날실처럼 하나의 스웨터가 되어 여전히 그것을 한 땀 한 땀 떠가고 있다. 그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다는 것.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임이 분명 믿어진다.
지나가는 저 젊은 연인들은,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을 저 노부부는
어떤 날들을 함께 살아갈 것이며 살아왔을까.
왜 그런 것들이 궁금할까 나는.
어쩌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 아닐지. 그 혹은 그녀의 이름이 적힌 핑크빛 종이가 들어있는 바구니가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았을지라도, 이미 사랑의 감정을 너와 내가 공유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리고 나는 수많은 기적의 케이스들을 시험관에 담아 그 메커니즘을 살펴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ps. 우연하게도 BGM으로는, 쳇 베이커가 '난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