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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처럼 Dec 01. 2021

도파민의 바다에서

소셜 미디어를 하는 우리는 각각 바다 위에 떠있는 작은 보트에 앉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그 바다는 밤바다라서 내 쪽에서 먼저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 줄 모른다. 보이지 않으므로. 그러니 알고 보면 굉장히 주체적인 행위다. 좋아요, 공감, 팔로워 같은 피드백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자신이 보낸 '신호'에 피드백이 온 것을 눈으로 확인할 때 우리 몸에서는 도파민이 나온다고 한다. 도파민은 여러 기능이 있지만 가장 잘 알려진 바로는 '쾌락'과 관련 있는 물질이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중독성이 있으며 우리는 점점 더 '이전보다 많은' 도파민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지속하는 데에는 분명 도파민의 역할이 꽤나 비중을 차지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보트가 떠 있는 바다는 도파민의 바다일까? 하지만 분명 도파민과 약간 거리를 두고 나면,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한 소셜 미디어 라이프가 가능해진다.


illustrated by 해처럼


나는 그저 내키는 시간에 내키는 대로 신호를 보내고, 잠시 나의 보트 주변에 반짝, 불빛이 켜지고 금세 사라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얼마 후 불빛들은 차곡차곡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내 무의식을 만들어가는지도 모른다. 그것들이 빙점을 만나 얼어붙으면 나의 빙산의 일부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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